[손에 잡히는 책] 1989년 톈안먼서 새로운 공동체 징조 보았다

입력 2014-01-10 01:31


도래하는 공동체/조르조 아감벤(꾸리에·1만7000원)

발터 벤야민의 계보를 잇는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이 1990년 이탈리아어로 출간한 이래 풍문으로만 회자되던 책. ‘임의적’ ‘바틀비’ ‘톈안먼’ 등 19개의 사유적 단상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건너다본다. 1989년 톈안먼 시위가 터진 이듬해 이 책이 출간되었으니 이는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던 국제 정세에 대한 아감벤의 생생한 응답이기도 했다.

그는 톈안먼에서 도래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징조를 보았던 것이다. 시위자들은 특정한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국가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아감벤에 따르면 그건 “자신의 공통적 존재를 평화롭게 시위”한 것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용인할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시위였다. 시위가 일어난 지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의 중국을 보면 그 체제는 아감벤의 예단처럼 톈안먼 시위를 의식한 정치적 정체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단상들은 어떤 실체로 파악되기를 거부하는 형상들인데다 워낙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 속에 서술되고 있기에 쉽게 접근 가능한 텍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아감벤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형식을 면밀하게 고안하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 저작에서 계시적인 섬광의 논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진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