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정치 홍보물로 그려진 명화 ‘비너스의 탄생’
입력 2014-01-10 01:31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성제환(문학동네·1만9800원)
르네상스 시대의 명화를 꼽으라면?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을 빼놓을 수 없다. 8등신 비너스의 뛰어난 균형미와 섬세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당시 일종의 정치홍보물로 그려졌다고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는 얘기한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에 일고 있는 새로운 황금시대의 모습을 제시하는 홍보성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뒤에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꿈꾼 상인들이 있었다. 르네상스를 이끌어간 시대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과 인문학뿐 아니라 그것을 주문하고 후원했던 상인들의 욕망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표적인 상인이 메디치가문이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인 메디치는 엄청난 액수의 지참금을 들고 온 배우자와의 결혼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정치 세력을 확대했다.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수도원과 성당을 피렌체의 신앙생활 중심지로 만들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예술작품을 장식했다. 재정이 부족한 수도원을 돕기 위해 고민하던 교황은 상인들을 끌어들였고, 상인들은 수도원 안에 자신의 가문을 위한 기도실을 꾸밀 수 있게 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 도나텔로의 조각 등이 상인과 교황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