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우리를 위한 회개와 순종의 세례

입력 2014-01-10 01:36


마태복음 3장 13∼17절

새해를 맞았습니다. 유대인들의 새해는 티쉬리월입니다. 그들은 새해를 회개와 함께 맞이합니다. 마지막 달인 엘룰월 30일부터 대속죄일인 티쉬리월 10일까지 40일 동안 매일같이 회개를 촉구하는 양각 나팔을 불었습니다. 새해가 되기 전인 엘룰월 30일 동안에는 사람에게 지은 죄를 회개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속이고, 피해를 입힌 사람을 떠올리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회개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간입니다. 또 새해인 티쉬리월 첫날부터 대속죄일인 10일까지는 하나님께 지은 죄를 회개했습니다. 하나님께 용서받고, 거룩하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간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내 욕망을 채워갑니다. 남을 정죄하고, 자신의 의를 드러내는 삶을 살고자 애씁니다. 그러니 이웃이나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마저 점점 깨져가는 슬픔이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근래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 가슴을 치며 자신의 죄를 눈물로 회개한 때가 있으셨습니까. 한 해를 시작하며, 하나님께 이것 달라 저것 달라고 하지 않고 먼저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순종하겠다고 결단한 적은 있으십니까.

모든 잘못이 내 잘못이 아니라 남의 잘못이라 탓하고, 공동체의 잘못이고 지도자의 잘못이라 탓하며 살지는 않으십니까. 이스라엘의 이 40일간의 회개 기간 중 독특한 것은 자신의 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죄까지도 회개하는 기간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서로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공동체는 향기로운 포도주가 가득 담긴 항아리와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루살이나 파리가 빠져 죽어 있는 항아리 속 포도주를 먹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죄로 공동체가 죄 가운데 빠진다면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징계를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형제자매와 이웃의 죄까지도 용서해 주실 것을 바라며 가슴 치며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은혜를 구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마음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사랑과 긍휼의 마음을 가지시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본문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첫째, 예수님의 세례는 죄 없으신 예수님이 공동체의 죄를 자신의 죄처럼 동일하게 여기시고 받으신 회개의 세례라는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의 세례는 하나님께 대한 순종의 세례입니다. 세례의 의미 중 하나는 내가 죽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 희생의 보혈로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주시고 죄 많은 우리에게 의의 옷을 입혀주시고자 하셨습니다. 이것이 죄 된 우리에게는 한없는 기쁨이지만 예수님께는 세상에서 가장 치욕적이고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을 요구하는 의인 것입니다. 그 길을 이제 예수님은 순종 가운데 가시겠다는 결단의 세례인 것입니다.

저는 오늘 예수님이 받으신 세례를 여러분도 받겠다고 결단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뿐 아니라 여러분의 이웃과 교회와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죄까지도 하나님 앞에 마치 자신의 죄처럼 회개하며 은혜를 구하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새해는 하나님께 내 영광을 구하기 전에 하나님의 일에 죽기까지 순종하며 감당하겠다고 결단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최태성 목사 (대조동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