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2014년 활동 목표서 ‘不戰의 맹세’ 삭제

입력 2014-01-09 02:33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속한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올해 주요 운동방침(활동 목표)에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삭제하기로 했다.

교도통신은 8일 자민당이 올해 운동방침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항목에서 원안에 반영했던 “부전(不戰)의 맹세와 평화 국가의 이념으로 일관할 것을 결의하고”라는 대목을 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전몰자에 대한) 존숭(尊崇)의 뜻을 높인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침략전쟁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부전의 맹세를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민당은 7일 당 총무회의에서 “국가의 초석이 된 분에게 애도의 마음을 받들어 부전의 맹세와 평화 국가의 이념으로 일관할 것을 결의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승한다”는 내용을 운동방침에 반영키로 했었다. 당시 출석자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이념과 부전의 맹세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이견이 있었다.

자민당은 또 운동방침 가운데 시대에 근거해 현실적인 개헌을 한다는 내용은 원안을 유지하지만 전제로 달았던 “평화헌법을 유지해 온 종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을 “주권재민, 평화주의, 기본적 인권의 기본원리를 계승해”라는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 운동방침의 최종안은 19일 당 대회에서 정식 결정된다.

자민당의 수정안은 전날 알려진 원안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보수·우익의 가치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개헌에 관한 항목에서 ‘평화헌법’ 대신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전쟁을 금지한다는 뉘앙스를 다소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