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100일째… 뾰족한 ‘탑’은 느는데, 뾰족한 ‘답’은 안갯속

입력 2014-01-09 02:13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9일로 100일째가 된다. 한전이 24곳의 송전탑 현장에서 공사를 벌이는 가운데 반대 주민과 보호하는 경찰 사이의 충돌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과 7일에도 송전탑 경과지인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입구 공터에서 주민과 경찰간 심한 몸싸움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 등 10여명이 다쳤고, 주민 정모(73)씨 등 6명이 경찰에 연행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3개월여간 주민 부상과 경찰 연행이 각각 100명과 7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해 공사 현장을 지속적으로 늘려 1월까지 4기를 추가로 완공할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2일 단장면 등 5개 현장에서 12번째로 공사를 재개한 이후 3개월 만인 지난해 말까지 6기의 송전탑을 완공했다.

송전탑 피해 보상을 확대한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주법)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한전과 반대 대책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전 측은 보상 범위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주변 주민들에게 적잖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반대 대책위는 “송주법은 주민의 재산과 건강 피해에 대한 실태 조사도 없이 보상 기준을 정하는 등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 법은 기존 송전선로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보상 대상에 제외해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상 범위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헌법 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9월 개별 보상을 시작한 이후 12월 말까지 전체 지급 대상 2200가구 가운데 1783가구(81%)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개별 보상에 대해 반대 대책위는 지난해 12월 27일 반대 주민 401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반대 대책위와 한전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3차례 대화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쳐 해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대치국면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반대주민들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올해도 변함없는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