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환원 논란] 교육부 ‘검정 체제’ 개선 하겠다는데… 나승일 “부당 압력 방지”

입력 2014-01-09 02:13

교육부는 8일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면서 검정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과를 변경하거나 재검토한 20개 학교 중 일부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결론내리고 이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일부 학교에서 시민·교직단체의 항의방문 및 시위, 조직적 항의전화 등이 결정 변경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정 체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교육부 입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달 10일 한국사 교과서 최종 검정 승인 발표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검정 체제 개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서 장관은 브리핑에서 “검정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검정 후엔 사실 오류나 편향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지만 검정 체제 개편에 대한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 서 장관의 검정 체제 개편 언급은 검정 과정에 대한 개편으로 이해됐다. 검정 후 사실관계가 변경되는 등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성이 생길 경우 일선 교사나 학교의 의견을 접수해 처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내용 등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또 교육부 장관의 수정명령을 둘러싸고 법률적 논란이 생기는 걸 방지하는 제도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란 정도였다.

하지만 나 차관의 이날 브리핑에서는 국정교과서로의 전환 여부가 초점이 됐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논란 자체가 검정 체제의 흠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나 차관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단위학교의 교과서 선정 자율성, 검정 제도의 근간이 외압에 의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따라 검정 체제 개편을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전환까지 고려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거듭 “검정 체제 개편이 국정 전환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서 비롯된 논란이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체제를 국정 체제로 바꾸는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향후 교육부는 국회와 여론의 움직임 등을 살핀 뒤 검정 체제 개편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서 주도적으로 국정 체제 전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정치적 논쟁이 돼가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문제를 정부가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그야말로 한국사 교과서 검정 체제의 보완·개편인지 아니면 국정으로의 전환인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