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환원 논란] “국정은 역사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 어려워”… 학계, 대부분 부정적 시각
입력 2014-01-09 02:35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환원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및 학계 일각에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계기로 한국사 교과서를 아예 국정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제와 검정제, 어떻게 다른가=국정제는 국가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는 제도다. 반면 검정제는 기준을 통과한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학교가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역사 교과서의 경우 초등학교는 국정제, 중·고등학교는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광복 직후부터 줄곧 국정교과서였던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몇 차례 바뀌었다. 광복 직후부터 박정희 정부 초기인 1973년까지는 역사 관련 모든 중·고 교과서는 검정제였다. 그러다 74년부터 국정으로 변경돼 81년까지 이어졌다. 82년에 고교 ‘세계사’ 과목이 검정제로 바뀌었고 2002년엔 중·고교 ‘세계사’와 ‘한국근현대사’까지 검정제로 확대됐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중·고교 역사 관련 전체 교과서가 검정제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정·검정 여부 결정은 교육부 장관=초·중등교육법의 하위 시행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과목의 국정·검정 여부는 교육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된다. 형식적으로는 장관이 언제든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정·검정 중 어느 체제가 교육목표 달성에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고,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관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만약 한국사 과목이 국정으로 전환되면 교과서 제작은 교육부가 주도하게 된다. 교육부가 교과서 연구계획을 수립한 뒤 교육부 인력이 포함된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진이 세부 교육과정을 작성한다. 이후 국사편찬위원회가 섭외한 집필진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직접 쓰게 된다.
◇국정제 환원 논란=국정제에 대한 학계의 다수 시각은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도면회 교수는 “국정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가 생각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주입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당대 권력자들의 시각을 국민에게 투영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검정 체제는 역사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를 가능하게 하지만 국정 체제는 그게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학계 일각에선 교학사 교과서 논란 자체가 국정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동국대 역사교육과 한철호 교수는 “탈락시켰어야 할 교과서를 통과시킨 건 논란을 일으켜 결국 기존 검정 교과서의 흠을 잡으려던 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든다”며 “교과서가 국정이 되면 특정 정치집단·세력이 마음대로 요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국정책평가연구원 박경귀 원장은 “검정 교과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역사와 국어 교과서는 국가가 책임을 갖고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국정 교과서에 대해 정권 코드를 맞춘 교과서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는 기술은 편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김수현 전수민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