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수도권 규제 완화’ 밀실 협의는 이제 그만!

입력 2014-01-09 02:13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규제완화 여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관련 핵심 3개 법안 개정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국민일보 2013년 5월 6일자 1·8면 참조). 정부는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도권이란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다음 달 발표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을 앞두고 또다시 불거진 수도권 규제완화 논란에 대해 정부는 역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얘기를 들어보니 정부 내에서도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8일 수도권 규제완화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선 안 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기획재정부 관계자), “규제완화를 하면 원칙적으로 수도권도 포함되는 것이다”(국무총리실 관계자), “6월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당연히 못하는 거다”(정부 고위관계자) 등 답변이 모두 달랐다.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는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에 지역 갈등과 사회적 논란만 일으켰을 뿐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또 수도권 규제완화가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매번 내부적으로 정치적·경제적 득실을 따지다가 지자체의 반발에 의지를 접곤 했다. 정부가 이번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로 딴 목소리를 내는 밀실 협의를 접고 공론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비수도권 지자체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1980년대식 권역별 규제의 불합리성을 설득해야 한다. 매번 소득은 없이 뒷말만 무성한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순 없지 않은가.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