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오일 대박’ 미국, 원유수출 허용 찬반 논란
입력 2014-01-09 02:13
원유 수출 허용 여부를 놓고 미국 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셰일원유 개발로 원유생산량이 급증하면서 39년간 지속된 원유 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 허용론자의 논리다. 금수조치가 해제되면 석유산업이 강화된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반면 원유 수출로 기름값이 인상되고 에너지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원유 수입의 대폭 감소에 따라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9년 금수조치 풀리나=논쟁의 불길을 당긴 이는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원유 생산이 많은 알래스카주 출신인 머코스키 의원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에너지 수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셰일 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 금지 정책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출 허용을 촉구했다. 지난달 어니스트 모니츠 에너지부 장관이 원유 금수조치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미국은 1973년 아랍 산유국의 원유 금수조치로 곤욕을 치른 뒤 1975년 에너지정책 보호법을 제정해 면허를 발급받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원유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등을 중심으로 셰일 원유가 대량 생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5년 전 하루 500만 배럴이었던 것이 현재 800만 배럴로 대폭 늘었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이나 코노코필립스 등 주요 석유업체와 로비단체인 미국석유학회(API) 등은 원유 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셰일 원유가 유황성분이 적고 휘발유와 디젤로 정제하기 쉬운 경질유라는 점도 수출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미국 내 정유생산시설은 대부분 멕시코만에 있는데 이들은 캐나다나 멕시코산 중질유를 정제하는 데 적합하다. 이 때문에 유럽 정유업체들은 배럴당 100달러 내외인 셰일 원유를 배럴당 107∼110달러 수준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비슷한 가격으로 사들이겠다고 제안할 정도다.
이런 점이 원유 수출 허용으로 국내 석유산업이 강화되고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실제로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1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343억 달러로 2009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수입액이 285억 달러에 불과해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던 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위기 부를 것=하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원유 금수조치 해제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당장 원유정제시설이 있는 뉴저지주 출신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내 생산 원유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수용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수출 허용을 반대했다.
원유 수출을 허용할 경우 부족 사태로 인해 결국 휘발유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11월에 있을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에드 모스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원유 금수조치 해제가 눈에 보이는 혜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량에 못 미치는 점도 원유 금수조치 해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에 75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어 중국 다음으로 최대 수입국이다. 일부에서는 원유 금수조치 해제가 결국 정유업계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