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패러다임을 바꾸자] 우영환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기술처장 “기존 아이템은 죽었다…”
입력 2014-01-09 02:13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창업 환경도 변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청년실업 장기화가 맞물려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아 기존 창업 아이템으로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어려워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만난 우영환(50·사진) 창업기술처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 멀리, 조금 다르게 보라”고 조언했다.
저성장 시대에 창업 흐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우 처장은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는 10년 전보다 줄었다”면서 “이제는 확신이 섰을 때 창업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창업해서 성공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7만4000여개로 전년 대비 14%가량 늘어났지만 창업한 지 3년이 지난 기업 중 살아남은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우 처장은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층이 늘었지만 고유 분야를 개척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솟아날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 처장은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휴머니즘 창업’을 꼽았다. 그는 “기술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 감동과 편리함을 주는 아이템을 개발·판매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소비가 줄어 새로운 수요를 유발할 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우 처장은 “저성장 시대에는 확실한 창업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로 만든 신제품, 변형·융합을 통해 기존 제품을 개선한 상품은 매출이 50억원, 100억원 수준은 아니어도 꾸준히 팔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전략은 ‘멀리 넓게 보는 것’이다. 해외시장을 내다보고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 처장은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창업 준비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지 국내 시장만으로는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을 준비하는 팀을 해외 전시회 등에 데리고 다녀봤더니 우리 아이디어 제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반응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사관학교는 올해 선발할 300개 창업팀 중 150개 팀을 글로벌 시장 진출 팀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 처장은 1996년부터 중진공에서 중소기업애로기술컨설팅, 정책자금지원업무, 벤처기업투자업무, 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코칭팀장 등을 맡아 왔다. 그는 그 과정에서 창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세 가지를 찾아냈다. 시장·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할 줄 아는 통찰력, 과감한 실행력, 실패해도 열정으로 다시 일어서는 기업가정신이 그것이다. 우 처장은 “창업 욕심이 있는 사람과 단순히 취업이 안 돼서 창업하려는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면서 “창업은 아무나 도전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