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대세라는데… 2014년도 길∼게 인기몰이할까?
입력 2014-01-09 02:53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가장 뜨거운 투자처는 다름 아닌 ‘펀드’였다. 당시 펀드는 열풍을 넘어 광풍(狂風)처럼 몰아쳤다. 주변에서는 ‘펀드 안 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얘기도 돌았다.
꼬박 5년이 흐른 지금 펀드를 권하는 이는 많지 않다. 2008년 이후 대다수 펀드 투자자들이 차디찬 패배의 쓴 맛을 본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주가지수는 주저앉았고, 대세라던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은 -20%를 밑돌 정도로 추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14년 펀드를 다시 주목하라고 말한다. 여전히 주가지수의 흐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펀드만큼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난 ‘롱숏펀드’가 올 해 대세펀드가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확실한 ‘대세’ 롱숏펀드=롱숏펀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은행 예·적금보다는 다소 높은 이자율을 받는 대신 손해를 볼 여지도 다소 존재한다. 펀드의 구성은 단순하다.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매수(롱)하고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매도(숏)하는 방식이다. 롱으로 얻은 이익과 숏에서 나온 손해액의 차액만큼 이익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증시 등락과 크게 상관없이 운용사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꾸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평범한 투자자들이 은행 예·적금과 주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롱숏펀드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과 이달 두 달 연속 올해 유력 펀드로 롱숏펀드를 꼽았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1년 이후 코스피는 1800∼2000포인트 안에서 지루한 흐름이 이어졌다”며“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목표로 하는 롱숏펀드의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실제 롱숏펀드의 설정액은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까지 국내 공모형 롱숏펀드의 설정액은 약 15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1조원 이상 늘어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은 높고, 위험은 적고=롱숏펀드가 인기를 끄는 건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이다. 잘 투자한 개별 주식보다 수익이 높을 수는 없지만 은행 예·적금 이상의 수익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2007년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공모형 롱숏펀드와 코스피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롱숏펀드는 연 평균 5.6%, 코스피는 6.6%로 나타났다. 주식에 직접투자해서 얻은 이익이 롱숏펀드에 돈을 넣어두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보다 고작 1% 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다른 운용사의 사례로도 확인된다. 삼성자산운용의 롱숏펀드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월 평균 0.98%의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월 평균 0.05%의 수익률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위험성도 코스피와 견줘 매우 낮은 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롱숏펀드의 변동성은 5.5% 수준이었지만 코스피는 무려 21.2%에 달했다. 삼성자산운용의 롱숏펀드와 코스피의 2012년 8월 이후 1년간의 변동성을 비교해도 롱숏펀드(5.4%)와 코스피(14.5%)의 차이가 컸다.
◇2014년에도 롱숏펀드가 대세=올해에도 롱숏펀드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년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런 예상은 연초 주가가 다소 주춤하면서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 장대기 대구지점 부지점장은 “롱숏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의 경우 지난해 초 이후 11% 넘게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월 기준으로 한 번도 손실이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라며 “기존 주식형 펀드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효자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롱숏펀드는 매력적 투자상품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지금과 달리 지난해 말 증권사들의 예상대로 증시가 2400포인트로 치솟는다면 롱숏펀드에 투자한 걸 후회할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주식형펀드에 비해 롱숏펀드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마이너스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