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중진 차출론, 스텝 꼬이는 여야] 민주당, ‘올드보이’가 통할까 주저
입력 2014-01-09 02:13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중진 차출론은 야권 텃밭이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 호남에서 유독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서겠다고 손 드는 인사는 없고 설만 난무한 상황이다. 새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신당과 맞설 경우 ‘올드보이’ 카드가 필패하리란 전망 탓이기도 하나, 출마 의사를 밝히고 일찌감치 뛰고 있는 후보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민주당 내 차출설이 도는 중진은 전남도지사 후보에 박지원 의원, 전북도지사 후보에 정동영 상임고문, 광주시장 후보에 천정배 상임고문 등으로 압축된다. 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이겨내려면 인지도 높은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을 향한 출마 요구 배경이다.
그러나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전략공천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민 4선의 이낙연 의원 측 관계자는 8일 “박 의원 출마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로선 힘 빠지는 일”이라며 “당 경선 없이 후보를 추대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유성엽 의원 측 인사도 “안철수 신당이 가장 바라는 게 구도상 쉽게 이길 수 있는 정 상임고문의 등장”이라며 “이제 우리도 지역 요구를 받아들여 젊고 일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비난 때문인지 출마 여부에 대해 박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생각도,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고, 최근 정 상임고문도 “곤혹스럽다”며 일축했다. 천 상임고문은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용섭 의원에게 불출마 의사를 알리고 적극 돕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중진 차출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철수 신당에 호남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선 중진들이 스스로 역할론을 내세워 당내 기반을 다지려는 움직임 때문이란 시선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계속 자신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하겠다는 속내”라며 “결국 당권을 향한 행보 아니겠느냐. 한마디로 몸값 높이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에서 전남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김효석 전 의원, 전북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강봉균 전 의원을 출마시킬 경우 중진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란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안철수 신당도 지금으로선 새 인물이 없기 때문에 당을 위해 중진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