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앞두고 ‘무리수’ 논란

입력 2014-01-09 02:34

예장 고려·KWMA 제명 박윤식 목사는 가입 허용 ‘CBS 방송중지’ 건의키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탈퇴를 신청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회장 강승삼 목사)와 예장 고려 총회(총회장 천환 목사)를 제명 처리했다. CBS기독교방송에 대해서는 목회자 비방을 이유로 정부에 방송중지를 건의키로 하는 등 반대 측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기총은 8일 제24-14차 긴급임원회의를 열어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가 주도하는 예장 성경보수 총회(총회장 정원식 장로)와 성경보수개혁교회단체협의회(대표회장 조영엽 목사), 예장 개혁 총회(총회장 조승수 목사)의 가입을 허락했다. 탈퇴 신청서를 낸 KWMA와 예장 고려 총회는 제명 처리했다. 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연합기관인 한기총을 존중해 조용히 탈퇴하려 했는데 제명처리까지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또 지난달 26일 임시총회 결과에 대해 반기를 들고 소송을 제기한 6인에 대해서는 취하를 권면하되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제명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CBS기독교방송에 대해서는 기독교방송 취지에 맞지 않는 목회자 비방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오는 21일 정기총회 이후 정부에 방송중지를 건의키로 했다.

한기총은 또 전날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등록한 기하성(여의도순복음) 엄기호 목사에 대해 WCC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서명이나 광고를 받기로 했다. 이승렬 한기총 선거관리위원장은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WCC를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엄 후보도 여기에 동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엄 후보는 앞으로 WCC에 관여해선 안 되며, 과거 WCC에 참석했거나 관여한 사실이 있으면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각서가 상대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각서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견제용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하성(여의도순복음) 총회의 추천을 받은 엄 목사가 각서를 제출할 경우 WCC 부산총회에 참여한 교단 정서와 배치된다.

엄 목사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교단은 WCC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도 WCC 행사에 참석하거나 관여한 일이 없다”면서 “한기총의 공문이 도착하는대로 각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기총 임시총회에서 제명된 예장 합동개혁, 보수합동, 고려개혁 총회 임원과 목회자들은 이날 서울 독산동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기총 집행부가 불법 난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제명한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면서 “제명을 취소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