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 대상된 제주 청정환경 상징 ‘한라산 노루’… KBS1 ‘KBS 파노라마’
입력 2014-01-09 02:33
KBS 파노라마(KBS1·9일 밤 10시)
제주 청정 자연환경을 상징하던 한라산 노루(사진). 하지만 제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지난해 7월 1일부터 3년간 노루 포획이 가능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 때문이다. 실제 제주에서 콩, 더덕, 무, 메밀, 조경나무 등 노루 피해가 없는 경작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루 이빨 자국만 봐도 농민들은 한숨을 쉰다.
농민들의 대처법은 가지가지다. 주로 밭에 그물이나 철조망을 치거나 태양열 전등을 이용해 노루를 쫓아낸다. 밤마다 경작지 주변을 돌며 호랑이와 사자 등 맹수 울음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농민도 있다. 총기 포획을 신청하기도 했다. 성산읍 한 농가는 경작지 주변 포획으로 노루 4마리를 잡았지만 피해는 계속됐다.
노루가 마을에 자주 출몰한 이유는 40년 전에 비해 농경지 면적이 두 배 가량 늘어나 중산간 지역의 초지와 덤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발 400∼600m인 중산간 지역에는 골프장과 대형 리조트 등 상업시설이 쉴 새 없이 들어섰다. 졸지에 서식지에서 쫓겨난 노루는 민가로 향하다 그물에 걸리거나 들개 공격을 받아 죽는다.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시행 6개월이 넘은 현재 포획돼 죽은 노루만 1100마리를 넘어섰지만 일부 연구진들은 포획 허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09년(1만2000마리 추정)과 2011년(1만7000마리 추정) 단 두 차례만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20년 넘게 영물로 여겨져 온 한라산 노루 포획 결정에 따른 이면을 살펴본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