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교회 2014] ⑥-끝 나눔과 섬김

입력 2014-01-09 02:37


재난구호 큰 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 적극 나서야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세계교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교육, 의료, 구호 등의 부문에서 조건 없는 사랑이 주어졌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과 한국교회는 이제 국내·외의 나눔과 섬김 사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선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 사역에 대한 성과와 개선점을 살펴봤다.

한국교회는 세계 곳곳의 재해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인 구호활동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 타클로반 일대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을 때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40여 교단과 연합단체가 구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금도 태풍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장기 지원 프로그램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전에도 세계 곳곳의 재해 현장에 구호팀을 급파하는 등 한국교회의 구호 사역은 활발했다.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성금을 보내거나 구호물품을 보내는 데 앞장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은 빛을 발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건 당시 대규모 봉사활동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을 비롯한 기독단체와 전국의 교회에서 80만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바위에 묻은 기름때를 벗겨내고 구호품을 전하는 등 복구 작업을 도왔다.

김종생 한교봉 전 사무총장(온양제일교회)은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한국교회 내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연합 사역을 편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태안 기름유출 사건 때 1만 교회의 수많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 사역 부문에서 개선해야 될 점도 적지 않다.

교계 전문가들은 교회나 교단, 단체의 이름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사역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 교회와 단체가 자기 색깔을 드러내거나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공교회 차원에서의 사역이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사역에 참여했던 한 목사는 “사역이 끝난 뒤 현장의 어느 교회에 연합사역을 기념하는 시설을 만드느냐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일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선교의 방편으로서만 사역하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교회를 통해 사회봉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몇 명을 전도하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진정성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주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섬김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못하는 등 해외 구호 활동에 비해 국내 사역이 뒤처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9월 발표된 한교봉의 ‘이주민 선교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1월 말 기준 이주노동자 수는 결혼이민여성의 3.8배였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전국의 기독단체 및 교회는 각각 215곳과 198곳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산업재해상담의 비중이 큰 이주노동자 선교에 비해 한글과 문화 교육 등이 주인 결혼이민여성 사역이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보살피는 일도 교회의 몫이다. 김일환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총무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궁핍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교회가 이 같은 이웃을 찾아내고 돕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나 청년실업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창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국 부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나 청년 실업 등의 아픔을 껴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이사야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