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베’가 무서운 인기 연예인들… 말 잘못했다 ‘훅’ 갈 수 있습니다

입력 2014-01-08 17:37 수정 2014-01-08 23:09


잘 나가던 방송인 홍진호가 ‘훅’ 갈 뻔했습니다. 이유가 황당합니다. 트위터에 영화 ‘변호인’에 대한 평을 남기면서 ‘찌릉찌릉’이란 표현을 썼다는 겁니다.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홍진호가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골수 회원을 의미하는 ‘일베충’이라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홍진호는 과거에도 일베 회원들만 사용하는 용어를 쓴 적이 있어 논란에 휩싸이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2010년 만들어진 일베는 극우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여 지역감정 자극, 여성비하 등 자극적인 게시물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일베에선 여성이나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의미로 ‘찌릉찌릉’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전라도 사람과 여성에게서 홍어 냄새가 난다’는 데서 이 표현이 나왔다고 합니다. 참으로 악질적이죠. 여성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홍진호도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았습니다. 트윗을 올린 지 1시간 만에 “몰랐다” “대충 얘길 들어보니 상종도 하기 싫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지요. 전직 프로게이머가 아니랄까봐 발 빠른 대처가 빛났습니다.

하지만 홍진호보다 먼저 일베충 논란에 휘말렸던 연예인들은 이런 감각이 부족했습니다. 첫 번째 희생자 시크릿 전효성은 지난해 5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멤버들을 민주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지금까지도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베에서 민주화는 ‘비추천’ ‘패배’ ‘곤혹스런 상태’ 등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인기밴드 버스커버스커의 김형태는 지난해 8월 ‘종범’이란 표현을 썼다가 사과문을 써야 했습니다. 종범은 야구선수 이름이 아니라 전라도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일베 용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의 ‘노무노무’ ‘쩔뚝이’ 발언으로 일베와 엮인 걸그룹 크레용팝은 광고 활동이 중단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한 크레용팝은 “일베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사이트”라고 시작하는 4000자짜리 해명문을 작성하고 나서야 쏟아지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가수 김진표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가장 악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운지’라는 단어를 최근 방송 도중 사용한 것입니다. 출연이 예정된 MBC ‘아빠 어디가’ 시청자 게시판에 네티즌들의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운지’는 과거 운지천 드링크 광고에 나오는 배우 최민식이 바위 사이를 뛰어 다니는 장면에서 유래해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을 조롱하는 뜻으로 쓰입니다.

일베의 마수에 걸린 연예인들이 계속 생기자 홍진호와 친한 프로그래머 이두희씨가 나섰습니다. 그는 ‘일베용어사전’과 ‘글 분석기’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일베 용어, 제대로 알고 절대 쓰지맙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전에는 하루 만에 100개가 넘는 일베 용어가 올랐습니다.

졸지에 일베충으로 몰리기 싫다면 일베 단어 사전을 부지런히 봐야겠습니다. “몰랐다”는 해명이 과거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젠 더욱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