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소신인가 오만인가… 명예의전당 만장일치 입회 무산시켜

입력 2014-01-09 02:13

사상 첫 만장일치로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입성을 노리던 투수 그레그 매덕스(48)의 꿈이 무산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8일(한국시간) ‘반란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매덕스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공개하며 미국 프로야구계를 들쑤셨다. 주인공은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com에서 LA 다저스 구단을 취재하는 켄 거닉이다.

거닉은 10명까지 써낼 수 있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올해를 끝으로 명예의전당 후보 자격이 끝나는 잭 모리스(49)만 뽑고 투표를 마쳤다. 그는 매덕스를 뽑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머지 후보들은 금지 약물이 범람한 시기에 뛴 선수”라고 깎아내렸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메이저리그는 약물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로저 클레멘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이 약물에 손을 댄 것이 알려지며 메이저리그에 위기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이들이 후보에 오른 지난해 명예의전당에 들어간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이언 브룬 등 스타 선수들이 또다시 약물 의혹에 휘말렸다. 거닉은 약물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스테로이드 시대’를 아예 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매덕스는 ‘스테로이드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지만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릴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와 사생활로 유명했다. 약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매덕스가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매덕스의 만장일치 입회를 무산시킨 거닉에게 동료 기자들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제프 파산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리스에게만 투표하고 매덕스에게 투표하지 않은 것은 명예의 전당 흉악범죄”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거닉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바로 지난해 초 류현진의 ‘흡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까지 알려진 투표 결과에 따르면 매덕스(99.4%), 톰 글래빈(96.3%) 프랭크 토마스(90.7) 크레이그 비지오(78.9%) 등 4명이 입회 기준인 75%를 넘었다. 100% 득표를 놓친 매덕스는 1992년 톰 시버가 남긴 역대 최고 득표율(98.84%) 경신에 도전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