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정수] 진정한 경제 혁신을 위한 조건
입력 2014-01-09 02:13
“창조경제를 정부가 주도해 달성한다는 것은 난센스…관주도적 시각서 벗어나야”
지난 6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는 정치·사회적 현안보다는 성장잠재력 저하에 대응하는 장기적 관점의 경제 관련 대책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 창조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혁신경제 시스템 구축, 내수 활성화를 통한 내수·수출 균형 성장, 규제 완화를 위한 규제총량제 도입 등의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이는 남은 재임기간에 이미 설정된 국정 어젠다 중에서 ‘경제부흥’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가 심각히 우려되고, 그 원인이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 치유에 역점을 둔 정책 방향 설정은 현 시점에서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방향 설정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정책들을 볼 때 몇 가지 우려되는 대목이 있어 이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총량제를 통한 규제 완화 노력은 현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공공부문 개혁에 관해서는 정부 정책에 의해 부채가 늘어난 부분과 방만한 비효율적 경영을 분명히 구분해 평가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비효율성과 비정상을 타파하는 것을 넘어서 비효율성과 비정상이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경기 진작과 성장잠재력을 이끄는 투자에 대한 의지가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 노력은 매우 절실하다. 다만 규제 완화와 동시에 또 다른 규제가 생성되는 정부 내 유인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는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둘째 ‘온라인 창조경제타운’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 등은 정부 주도의 공급자적 시각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상으로 삼는 ‘창조경제’라는 것은 정부가 제도를 공급해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사실 정부는 근본적으로 창조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창조경제를 정부가 주도해 달성한다는 것은 난센스적인 면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우선적으로 이와 같은 관 주도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벤처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등이 정부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발족하고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주도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시장 개척의 애로사항과 비정상적인 규제환경 등에 귀 기울이면서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민간 주도형 기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 추진단에 권한을 부여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에 대한 자금, 세제, 경영상 난제들을 풀어주는 것은 좋지만 이를 보호·지원 차원이 아니라 경쟁의 발판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정부 지원에 의지해 생존하는 체제보다는 이들의 경쟁력 강화가 실현되는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뉴아이디어의 근원이 되며 창조경제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기업 재기 시스템,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의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 발전과 창조적 역량을 저해해 시장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의 엄단을 통한 경쟁 질서를 더욱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이번 신년 구상은 그 성격상 ‘3년’이 아닌 장기적 성격의 과제이므로 조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가며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부의 이상적인 역할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