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하늘에 흩날리는 ‘겨울 느낌표’… ‘겨울레포츠 요람’ 평창으로 떠나는 여행

입력 2014-01-09 02:13


2018년 동계올림픽 주무대인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설국(雪國)이다. 황병산 선자령 능경봉 고루포기산 발왕산 등 고봉에 둘러싸인 해발 700m 높이의 대관령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장인 용평리조트와 스키점프대로 유명한 알펜시아리조트를 품고 있다. 신사임당의 사친시로 유명한 대관령 고갯길과 눈꽃 트레킹 코스로 이름난 선자령, 그리고 대관령양떼목장 등도 대관령면에 위치하고 있다. 대관령눈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국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본다.

설국으로 가는 여행은 영동고속도로 횡계IC를 빠져나오면서 시작된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횡계마을에는 얼기설기 엮은 통나무에 수만 마리의 명태가 주렁주렁 걸린 황태덕장이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겨울 나그네들을 맞는다.

횡계마을에 황태덕장이 들어선 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원산 등에서 황태덕장을 운영하다 월남한 ‘함경도 아바이’들이 호구지책으로 대관령을 넘어 횡계마을에 덕장을 꾸렸다. 횡계마을을 비롯한 대관령 일대의 기후가 함경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미라처럼 바짝 마른 명태는 예로부터 외롭고 가난한 시인의 안주가 될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에서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러시아산 명태가 옛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횡계마을의 황태덕장 중 횡계IC와 옛 영동고속도로 주변의 황태덕장은 풍경이 아름답다.

횡계IC 황태덕장에서 대관령눈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횡계마을을 벗어나면 자작나무 가로수가 멋스러운 용평리조트의 겨울 풍경화 속으로 빨려든다. 관광곤돌라를 타고 슬로프를 3.7㎞ 정도 거슬러 오르면 구상나무와 주목 군락지로 유명한 발왕산(1458m). 색색의 옷으로 단장한 스키어와 보더들이 쏜살같이 슬로프를 미끄러지는 발왕산 정상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발왕산 정상에 위치한 드레곤피크는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고루포기산을 비롯해 대관령고원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칼바람 부는 소리조차 웅장하게 들리는 드레곤피크에서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 눈꽃과 상고대로 단장한 나목을 감상하는 운치가 그만이다.

발왕산 정상에서 장구목과 발왕재를 거쳐 용산리의 윗곧은골까지 이어지는 2.7㎞ 길이의 등산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눈꽃 트레킹 코스. 내리막길이라 걷기에 편한데다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용평리조트의 풍경과 슬로프를 미끄러지는 스키어들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린다.

전나무와 낙엽송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이는 옛 영동고속도로 일대는 폭설이 쏟아져야 황홀하다. 길 옆 구릉에 오르면 백두대간 능선을 수놓은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원운동을 하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 속에 반쯤 파묻힌 옛 대관령휴게소는 선자령이나 대관령양떼목장을 찾는 겨울 나그네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평창군과 강릉시 경계에 세워진 대관령 표석 앞에 서면 크고 작은 산줄기 너머로 강릉 시가지와 동해가 아스라하게 보인다. 대관령에서 선자령(1157m)으로 이어지는 5㎞ 길이의 능선은 소문난 눈꽃 트레킹 코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데다 무릎 깊이로 쌓인 눈과 가지가 휘어지도록 핀 눈꽃이 동화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 듯 황홀하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KT통신중계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하는 산길은 어린 전나무와 나목으로 변한 활엽수들이 눈꽃을 활짝 피웠다. 반원형의 데크로 단장한 새봉 전망대에 서면 설경이 멋스러운 백두대간은 물론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열두 폭 병풍처럼 펼쳐진다.

새봉에서 선자령까지 2.5㎞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다.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은빛 설원이 에코그린 캠퍼스로 이름을 바꾼 대관령삼양목장의 초지로 이어진다. 선자령의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목장의 풍경은 달력에 나오는 알프스처럼 평화롭다.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에코그린 캠퍼스는 선자령에서 소황병산까지 백두대간 능선을 경계로 서쪽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설원과 드문드문 눈꽃을 피운 나목, 그리고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축사가 이국적인 에코그린 캠퍼스의 면적은 2000㏊.

에코그린 캠퍼스의 동해전망대(1140m)는 해돋이 명소로 고사목을 비롯한 나목의 가지가 바람 부는 반대 방향으로 뻗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이른 아침 강릉 시가지 너머 동해에서 해가 불쑥 솟으면 오렌지 빛으로 물든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빙글빙글 돌며 햇살을 설원으로 반사한다.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설치된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는 모두 53기. 매서운 겨울바람을 동력으로 힘차게 회전하는 풍력발전기는 멀리서 보면 바람개비를 꽂아놓은 것처럼 앙증맞다. 하지만 80m 높이의 기둥 아래에 서면 직경 90m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에코그린 캠퍼스를 품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을 한눈에 보려면 한일대관령목장 2단지의 정상에 올라야 한다. 목장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3㎞로 해질 무렵 백두대간 능선을 붉게 채색하는 노을이 감동적이다. 이른 아침 하얀 서리꽃을 피운 나목과 풍력발전기의 어울림도 대관령고원이 창조한 설국의 풍경이다.

평창=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