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기대상 신인상 경수진 “손예진 선배의 폭넓은 연기도 닮아야죠”
입력 2014-01-09 02:13
지난달 31일 열린 KBS 연기대상 신인상 부문. 이름이 호명되자 살구빛 드레스를 입은 경수진(27)이 당황스런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저녁 일일극에 출연하는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제치고 신인상을 거머쥔 그. 울먹이던 그는 트로피를 가리키며 “배우 경수진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담담한 소감을 내놨다.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에서 만난 그는 “신인상의 기쁨은 딱 그날 밤 12시까지였다”며 “부족한 것을 알고 주신 거라 생각했고 열심히 하라는 채찍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경수진은 2012년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이보영(34)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가 스물다섯. 일찍 데뷔한 또래 연기자 문근영(27)이나 한효주(27)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주연으로 활약한 것에 비하면 그의 걸음은 한참이나 더뎠다. 헌데 그는 오히려 한 걸음 한 걸음 주인공의 어린시절 역부터 연기력을 다졌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어요. 경제적인 문제로 대학에선 다른 과를 진학했다가 안 맞는 걸 느끼고 많이 고민했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니고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준비했더니 데뷔가 늦어졌네요. 그동안 전화 상담원, 와인·운동화 판매직, 일식집 서빙 등 안 해본 게 없어요.”
그에게 신인상을 안겨준 KBS ‘TV소설 은희’는 매일 오전 9시에 방송된 아침 일일드라마. 최고 시청률 17.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주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주인공 은희 역을 맡아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일까지 총 140부작을 이끌었다.
“아침드라마용 연기자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아닐까? 사실 이런 건 고려대상도 아니었어요. 일단 ‘140부작을 할 수 있을까’ 이게 부담스러웠죠. 첫 주연이기도 했고요. 막상 세트에 가보니 선배님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어요. 끝을 향할수록 너무 아쉬웠어요. ‘은희’는 제 장단점을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죠.”
지난해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그는 주인공 손예진의 아역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손예진 닮은꼴’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을 정도. 그는 “닮았다는 점으로 선배님께 해를 끼치는 거 아닐까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면서도 “그래도 손예진 선배가 가장 특별하다”고 말했다.
“얼굴을 닮는 것보다 연기력을 닮고 싶어요. 손예진 선배처럼 폭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그동안 청순가련한 역할만 해왔는데 발랄하고 푼수 같은 4차원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실제 성격은 무척 털털하거든요.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박개인,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 역도 탐나요. 사극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