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오묘한 두 별의 만남…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입력 2014-01-09 02:29 수정 2014-01-09 16:49

두 개의 빛나는 별이 만나 1등성이 됐다.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게 빛난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인기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평일 드라마에게 마의 고지로 불리는 시청률 30% 돌파도 시간 문제가 됐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미스코리아’가 호평 속에서도 묻히는 분위기이고 장근석과 아이유를 기용한 KBS ‘예쁜 남자’는 애국가 시청률로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뻔한데 재밌네=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별그대’는 시청률 15.6%(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4회 만에 20%를 돌파했다. 전작 ‘상속자들’의 후광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치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평일 드라마 중 단연 선두이고 동시간대 경쟁작 두 편을 합친 시청률의 두 배에 달한다. 시청률 조사회사 관계자는 “공식 집계되지 않는 재방송이나 다시보기, 불법 다운로드 등을 감안하면 ‘별그대’는 시청률 30%를 이미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별그대’는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과 한류여신 톱스타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스토리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주목받았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도둑들’(2012)에서 절묘한 호흡을 자랑한 전지현(33)과 김수현(26), SBS ‘뿌리 깊은 나무’(2011)의 장태유 감독과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의 박지은 작가의 만남은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뻔한 내용이지만 ‘별그대’는 극을 색다르게 전개해 나간다. ‘천방지축 여자 주인공’ ‘사려 깊은 남자 주인공’ ‘톱스타와 일반인’ ‘시한부’ 등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숱하게 쓰인 설정을 차용했지만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뒀다. 판타지답게 과거와 현재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연예계를 직설적으로 다뤄 현실성을 살렸다. 클리셰(진부한 설정) 범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복선도 깔아놓았다. 제작진은 “북한에서 왔니?” “천송이가 랩을 한다. 송송송”처럼 예능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톡톡 튀는 대사들을 모은 천송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까지 만들었다.

◇전지현과 김수현의 앙상블=SBS ‘해피투게더’(1999)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전지현은 단연 발군이다. 쉴 새 없이 망가지는 모습이 물 만난 고기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만큼 천방지축 톱스타 역할도 몸에 꼭 들어맞는다. 배우 인생 내내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생활 연기’라는 호평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10년 동안 전지현을 기용한 사람들의 가장 큰 실수는 연기력 있는 배우를 키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스타성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적었다. 전지현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했을 것”이라며 “대본을 받으면서 ‘왜 그동안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들어맞는 기분을 느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MBC ‘해를 품은 달’(2012)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로 스타덤에 오른 김수현도 특유의 눈빛 연기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장태유 감독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대체 불가능한 완벽한 조합”이라며 극찬했을 정도로 7살 많은 전지현과의 시너지 효과는 빛을 발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도 아니고 이미지 재생산을 하고 있지만 워낙 스타성이 높다”며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