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탐욕의 월가… 금융자본 민낯을 보다

입력 2014-01-09 02:33


증권가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정글의 한복판이다. 그곳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과 은밀하게 작동되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공존한다. 특히 미국 뉴욕에 위치한 월스트리트는 이런 움직임이 가장 큰 스케일로 펼쳐지는 세계 증권시장의 최전선이다.

9일 개봉하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월가에서 늑대(Wolf)라 불릴 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각종 술수로 졸부가 된 주식 브로커 벨포트는 탐욕만을 좇다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벨포트가 월스트리트에 입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무일푼에 가진 것이라곤 야심이 전부였던 ‘청년’ 벨포트. 그는 한 증권사에 들어가자마자 사무실의 다이내믹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화려한 언변으로 고객을 상대로 주식 매입을 설득하는 선배들 모습에 감동받는 모습이다.

특히 직장 상사 마크 한나(매튜 매커너히)의 ‘가르침’은 햇병아리 브로커 벨포트에게 금과옥조처럼 들린다. ‘이곳 분위기를 견디려면 마약과 여자를 가까이해야 한다’ ‘고객의 지갑을 걱정할 필욘 없다.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몰두하라’….

하지만 벨포트는 입사한 지 6개월이 흐른 1987년 어느 날, 주가가 대폭락하는 ‘블랙 먼데이’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만다. 하지만 페니 스톡(Penny Stock·저가의 투기성 주식)이라는 ‘블루 오션’을 발견하면서 벨포트의 인생은 반전된다. 친구들과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회사를 설립한 그는 갖가지 범법과 탈법으로 전대미문의 성공가도를 달린다.

영화는 방탕하기 짝이 없었던 벨포트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돈과 여자, 마약이 인생의 전부라 여긴 그의 삶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면서 벨포트가 겪은 추락의 역사도 보여준다.

‘더 울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벨포트 역을 맡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0)의 연기다. 전작들에선 확인할 수 없었던 디캐프리오의 다채로운 모습이 스크린에 담겼다. 특히 마약 때문에 환각 상태에 빠져 바닥을 기어 다니고 옹알이 같은 대사를 내뱉는 코믹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영화 마니아라면 이 작품 감독이 할리우드 거장인 마틴 스코세이지(72)라는 데 가장 먼저 눈길이 갈 수도 있겠다. 일흔을 넘긴 노장이지만 그가 ‘더 울프…’를 통해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의 수준은 재기 넘치는 후배 감독들 못지않다. 스코세이지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에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건 ‘갱스 오브 뉴욕’(2002)을 시작으로 ‘더 울프…’가 벌써 다섯 번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반 이후 이야기 전개가 느슨해지는 느낌이 적지 않다. ‘더 울프…’의 상영시간은 3시간에 육박하는 179분에 달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