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새로운 100년의 약속] (1) 청년운동 지도력의 산실 ‘하령회’

입력 2014-01-09 02:44


늘 나라와 민족 걱정하며 끝없이 기도

“교육의 주체는 청소년입니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진로교육과 체험의 기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촌 연세대 위당관.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 100여명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청소년YMCA가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를 주제로 마련한 ‘100인 포럼’이었다. 포럼은 춘령회(봄), 하령회(여름), 동령회(겨울) 등 계절에 따라 1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YMCA의 청소년 캠프의 맥을 잇는 행사다.

100인포럼 참가자들은 한국의 교육과 입시제도, 사회적 소수자, 진로와 꿈, 청소년 역사인식, 인권, 청소년 참정권 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또 이 시대 대한민국의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고민과 꿈을 나눴다. ‘예쁘지 않은 꽃’으로 보이는 모든 차별의 벽을 넘어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법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청소년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불덩이’ 같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최초의 학생 하령회는 10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 6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근교의 진관사에서 열린 하령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46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그들은 솥단지를 어깨에 둘러메고, 며칠씩 걸어 서울에 도착했다. 6개 교파 및 해외 4개국 인사 등 16명의 연사가 초청된 가운데 열린 사상 최초의 초교파 국제 학생집회였다.

일제강점 2개월 전이었던 당시, 참가자들은 5박6일 동안 함께 숙식하면서 강연을 듣고,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도의 열매는 9년 뒤, 민족 독립을 위한 2·8독립선언과 비폭력평화운동인 3·1운동의 기폭제가 돼 돌아왔다.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하령회는 민족이 처한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함께 토론하고 기도하며 성서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계절에 따라 국내외 명사를 초청한 하령회는 친목과 교양 증진의 일반적 의미를 뛰어넘어 속사람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하령회가 이어질수록 청년들의 뜨거운 사명감과 열정의 불덩이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학교마다 학생YMCA가 잇따라 만들어진 데 이어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연맹)의 설립을 이끌어냈다.

한국Y연맹은 100년 전인 1914년 4월 개성에서 경신학교, 광주숭일학교, 군산영명학교, 기청학관, 배재학당, 세브란스의전, 재일본기독교청년회, 개성한영서원, 전주신흥학교의 학생YMCA와 황성기독교청년회대표 등 45명이 모여 결성했다.

한국Y연맹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9개의 학생YMCA가 아니었다면 한국Y연맹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청년들에게 나라와 민족을 향한 거룩한 사명감을 갖게 만드신 것, 또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 존재하도록 YMCA를 이끄신 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1910년 첫 번째 하령회에서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불덩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불덩이들은 다시 지역YMCA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가 더 뜨거운 열정으로 번져나가게 될 것이다.

올해 청소년YMCA는 뜻 깊은 하령회를 꿈꾸고 있다.

100년 전 선배들이 세운 전국연맹의 본부가 자리했던 개성, 그곳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분쟁과 갈등의 한복판인 한반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특별한 하령회를 계획 중이다. 비무장지대(DMZ) 도보순례다. 갈라진 역사의 현장을 함께 걸으며, 또 기도하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100년 전에 열렸던 하령회의 간절한 기도제목이 민족의 해방이었다면 오늘날의 기도제목은 평화 통일이 될 것이다.

청소년YMCA는 이미 2010년 한 차례 가졌던 DMZ 평화순례를 통해 고백한 적이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체제의 통일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호혜의 정신으로 상생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 고백은 ‘북한 통일자전거 보내기 모금활동’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철원DMZ 평화축제’ 등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실천은 우리 안에서 이미 시작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뜨거운 열망을 골고루 퍼져나가게 만들고 있다.

1910∼2014.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100여년 전 YMCA 선배들의 응답은 2014년 오늘을 사는 청소년YMCA의 응답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치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비슷한 삶을 이어간다는 평행이론처럼. 청소년YMCA는 현재 40개 지역 250개 클럽에서 32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02-754-7893).

이지양 국장 (한국YMCA전국연맹 지도력계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