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비자금 용처 전모 드러날까… 계좌추적 결과 관심 집중
입력 2014-01-08 15:21
[쿠키 사회] 가천대 길병원에 대한 검찰수사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비자금의 용처를 밝힐 수 있을지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쓸리고 있다.
8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길병원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최근까지 길병원 전 시설팀장 이모(56)씨 등 병원 관계자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씨 등은 2012년 병원이 발주한 리모델링 공사 등을 맡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풀린 공사비 가운데 수천만원을 하도급 건설업체로부터 되돌려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다.
검찰은 또 지난해 12월 중순쯤 인천의 한 종합건설업체 대표 최모(50)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길병원의 모재단인 가천길재단이 발주한 송도국제도시의 바이오리서치단지(BRC) 조성 사업 등을 시공사로부터 하도급 받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빼돌린 공사비의 사용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시공사 관계자에게 금품이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이후 시공사인 대우건설 임직원 3명을 체포해 이 가운데 이모(54) 건축사업본부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길병원의 공사비 비리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병원의 모재단이 발주한 공사와 관련, 시공사와 하도급 건설업체 간 비리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는 대우건설 이 본부장이나 최씨를 통해 인천 지역 공무원들에 금품이 흘러갔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대우건설 공사에 참여한 다른 하도급업체로부터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효석(53) 인천시 전 서울사무소장 등에게 공사 입찰과 관련, 5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술자리에 동석하거나 골프를 함께 치는 등 이 본부장이나 최씨와 평소 친분관계가 두텁던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갈래는 최씨를 통해 길병원이나 가천길재단으로 부풀린 공사비가 되돌아갔는지다. 최씨는 재단 측과의 친분 관계로 길병원이나 재단이 발주한 공사의 상당수를 수의계약 형태로 따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길병원 공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최씨가 병원이나 재단 측에 빼돌린 공사비 중 일부를 되돌려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가천길재단은 이길여 이사장이 설립한 법인으로 1970년대부터 인천에서 병원, 대학, 고등학교, 문화재단, 언론사 등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수사로 구속된 병원 관계자 3명 가운데 한 명인 길병원 전 경리팀장 이모(57)씨가 이 이사장의 7촌 조카로 알려지는 등 이 이사장의 친인척이 재단, 병원, 대학 등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을 비롯한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고검 검사급 인사발령 이후 차·부장검사가 교체돼도 길병원 관련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을 하다 보면 공무원이 나올 수도 있고 재단이 나올 수도 있다”며 “결과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