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통령은 “완화” 목청 높이는데… 국회는 새 ‘규제’ 쏟아내
입력 2014-01-08 01:36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풀겠다고 밝혔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률안이 규제심사 없이 통과돼 끊임없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국회의원 입법발의에도 정부제출 법안과 마찬가지로 규제영향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올해부터 재검토가 필요한 규제 1814건에 대해 2∼5년의 검토기간을 설정, 기한 도래 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도록 의무화하는 일몰제도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2008년 말 1만2277건, 2010년 말 1만3417건, 2012년 말 1만488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 1월 현재 1만5070건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국회의원 입법발의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제18대 국회에서 가결된 전체 규제 관련 법률안의 82.3%는 의원발의로 집계됐다. 이는 제16대, 17대 국회(평균 68%)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규제 관련 법률안은 쏟아지고 있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발의된 총 법률안 2995건 중 중요 규제 법률안 513건에 대해 규제 신설의 불가피성, 규제의 합법규성, 부작용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100점 만점에 환산점수가 58.40점으로 낮게 나왔다. 이 같은 규제과잉 의원입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9월 의원입법 발의 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제출 법률안의 경우 규제를 신설·강화하려면 공청회와 입법예고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은 뒤에야 국회에 제출된다. 반면 의원입법은 사전 심사나 규제영향평가가 전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행정부처에서 규제심사 회피를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제출해 의원입법이 ‘규제심사 우회수단’으로 이용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의회 내에 규제 심사를 위한 전문 기구를 두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정부의 규제관리 기관의 권한을 확대해 의원발의 법률안에도 적용하고 있다.
김태윤 규제학회장은 7일 “규제 관련 의원입법이 급증하면서 정부의 규제개혁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의원입법 발의에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