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윤석금 회장 재기 촉각… 웅진그룹 1년5개월 만에 법정관리 졸업 눈앞
입력 2014-01-08 01:32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샐러리맨 신화를 쓴 웅진그룹 윤석금(69) 회장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윤 회장이 최근 웅진홀딩스 보유 지분을 두 자녀에게 모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웅진그룹의 기업회생절차는 현재로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2012년 9월 법정관리 신청 당시 총 1조5109억원이던 확정채무 중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1조2360억원을 지난해 말까지 상환했다. 남은 채무는 2749억원 정도이고, 10년간 분할 상환도 가능해 올 2월쯤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7일 “법정관리 중이지만 꾸준히 영업이익이 나고 있고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기업회생절차도 순조롭다”며 “조만간 정상경영 상태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 일가의 경영권도 유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윤 회장의 첫째아들인 윤형덕(37)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은 지난달 26일 윤 회장 보유 지분 3.67%를 사들이고, 28일에는 504만5170주의 유상신주를 171억원에 취득해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12.52%)로 올라섰다.
둘째아들인 윤새봄(35) 웅진케미칼 경영기획실장도 윤 회장 지분 3.63% 등을 사들여 웅진홀딩스 지분율을 12.48%로 높였다. 지난해 2월 웅진홀딩스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을 당시 채권단은 윤 회장 일가가 400억원대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지분 25%와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었다.
윤 회장이 지분을 모두 처분했지만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홀가분한 입장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웅진그룹도 “윤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씽크빅을 설립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웅진코웨이를 세워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고, 웅진식품과 코리아나화장품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다각화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웅진은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하며 건설과 태양광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건설업계 불황으로 극동건설의 영업손실과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곤두박질쳤다. 웅진은 결국 2012년 9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웅진이 부활할 조짐들이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시장에서 아직 웅진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재기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