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워커홀릭 대통령과 노동부의 여가 캠페인
입력 2014-01-08 02:37
고용노동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일과 이분의 일’ 캠페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장시간 근로에 찌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일과 나머지 절반(가족·여가·삶 등)을 뜻하는 캠페인 이름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야근을 부추기는 문화, 불필요한 회식, 법정 휴가 일수에 못 미치는 실제 휴가 사용일수,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남성 육아휴직 등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회적 논의 주제로 삼고 개선 방향을 찾자는 취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업무가 끝나고 관저로 돌아가면) 보고서 보는 시간이 가장 많다”며 “개인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자나 깨나 (국정) 그 생각을 하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답변을 들은 노동부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잠시도 쉬지 않고 국사를 돌본다는데 해당 부처에선 ‘과로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올해 중점 과제로 삼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패러디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밥 먹듯이 야근을 하는 상사가 “먼저 퇴근들 하세요. 나는 남은 업무 좀 보다가 들어갈게요”라고 건성으로 부하직원의 퇴근을 권유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결국 직원들은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눈치만 보다가 회식자리로 끌려가게 된다.
박 대통령은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국무위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한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국무위원들은 부하 직원들을 찾게 되고 일선 부처에선 이런 식으로 불시 야간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좀 특수한 상황이니까 국사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차라리 개그콘서트를 본다고 하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대통령부터 과로를 줄이기 위한 실천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국민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