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교회 2014] ⑤ 일치와 연합

입력 2014-01-08 02:38


머나먼 ‘화합’… 선교 130주년 행사땐 가능할까

올해 한국교회의 일치·연합운동은 한치 앞을 전망하기 힘들다. 오는 10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 총회를 앞둔 보수 기독교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혼란상 때문에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두고 찬반으로 갈렸던 교계가 얼마나 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요 교회연합기구들의 리더십 교체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선교 13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와 함께 호흡하는 일도 올해의 과제다.

◇3대 교회연합기구 리더십 교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올 연말 새 총무를 선출한다. 김영주(기감 소속) 현 총무의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해 하반기부터 후임 인선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NCCK 총무가 예장통합-기장-감리교 순으로 이어져 온 관례를 감안하면 차기는 예장통합 측 인사가 맡을 차례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제3대 대표회장을 뽑는다. 2파전으로 치러지는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교연의 연합운동 향방도 성격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태진(예장합신 전 총회장), 한영훈(예장한영 총회장) 목사가 후보로 나선 상태다.

앞서 21일에는 한기총이 새 대표회장을 선출한다. 교계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관을 개정해 재출마한 홍재철 현 대표회장의 연임이냐,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엄기호(성령교회) 목사의 당선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예장합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교단들의 새 연합체 결성이 가시화되면서 주요 교단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특히 한기총에 가입한 회원교단들의 이탈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NCCK와 한교연, 한기총에 이어 또 하나의 교단 연합체가 또 다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교회연합운동에 미칠 부정적 파장도 예상된다.

NCCK 소속 한 대형교단 관계자는 7일 “교단 연합체인 교회연합기구가 가장 민감한 이단 판정 문제 등으로 얽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 같다”면서 “연합운동이 제자리를 잡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하나의 교회연합행사 성사될까=NCCK와 한기총이 공동 주관해왔던 부활절 연합예배는 올해도 힘들 것 같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상징으로 2006년부터 이어져왔던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기총 금권선거 사태가 벌어진 2012년부터 양측이 따로 개최했다. NCCK와 한기총은 “올해도 회원교단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예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 개최를 배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올해 한국교회가 선교 130주년을 맞이하면서 주요 교단 및 선교 단체 등은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 행사를 함께 치르며 교계 연합을 차근차근 도모해 나가자는 목소리가 교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WEA 총회에 대한 교단 및 목회자들의 관심도 높다. WCC 총회와 달리 반대하는 이들이 없어 외적으로는 변수가 없어 보이지만, 정작 행사를 준비해야 할 한기총이 내홍을 겪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형교단이 줄줄이 한기총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에서 WEA 총회에 교계의 참여가 얼마나 이어질지, 또 행사 개최가 성사될지도 미지수다.

◇세계교회 일치·연합운동은=지난해 WCC 총회를 치르면서 세계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동향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WCC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오는 7월 WCC 중앙위원회에서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일이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2015년 치를 총회 장소를 정해야 한다. 현재 인도네시아가 총회 유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독일계 선교단체인 복음선교연대(EMS) 실행위가 서울에서 열린다. 여기에는 예장통합과 기장 교단이 주축으로 참여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