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위는 與野 정쟁의 만병통치약?… 국회 툭하면 특위 처방
입력 2014-01-08 01:36
2월 임시국회 개회 협상을 앞두고 여야는 두 개의 새로운 특별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를, 민주당은 개헌특별위원회를 각각 제안했다. 이미 국가정보원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특위 구성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 또다시 등장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5일 제안했던 개헌특위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로 구성이 힘들어지자 “개헌 논의 차단은 새 정치의 차단”이라며 유감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6일 지방자치발전특위를 제안했다. 이 특위는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정부 이양과 시·군 통합을 주요 의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이 직접 황 대표를 만나 특위 설치를 요청했다. 황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개혁특위의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지방자치 현안이 특위 활동과 연동된다”며 빠른 설치를 요구했다.
여야 지도부가 특위 소집을 문제해결 방식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정작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공공의료 민영화 등 지난해 등장했던 이슈에 대해 특위 처방으로 대응해 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특위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특위를 제안하기 전에 구체적인 제안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활동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활동 기한 연장 안건이 부결된 남북관계발전특위를 사례로 꼽았다. 남북관계발전이라는 이슈는 논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구체적인 활동이 처음부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19대 국회 들어서만 3개의 국정조사를 포함해 총 19개(윤리특위·인사청문특위 제외)의 특위를 띄웠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된 경우는 국정원법 개정을 이끌었던 국정원개혁특위 등 손에 꼽힐 정도다.
구체적인 활동성과가 없음에도 위원장에게 매달 지급되는 활동비(600만원) 때문에 특위를 운영한다는 낭비론도 제기된다. 국회법은 특위의 설치 목적에 대해 ‘상임위와 관련되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특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당이 특위를 제안하면 야당 몫의 특위도 패키지로 묶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본질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인사찰국조특위처럼 회의를 1차례밖에 못 열어 특위 위원장이 경비 전액을 반납해야 했던 사례도 있다.
특위에서 활동 중인 한 재선 의원은 “좁은 범위의 구체적인 이슈를 단기간에 처리하는 것은 특위의 장점”이라며 “하지만 결과물 없이 흐지부지 끝내는 경우도 많아 결과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