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리도 뛴다] (1) 스켈레톤 윤성빈
입력 2014-01-08 01:32
대륙간컵서 사상 첫 金… 깜짝 메달 기대 한몸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피겨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쇼트트랙 심석희가 확실한 메달 후보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빙상 스타들 외에 컬링, 썰매, 스키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불모지를 개척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해왔다. 이들은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세계 정상권에 올라서며 소치올림픽에서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깜짝 메달’이 예상되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한국 스켈레톤은 소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린다. 4년전 밴쿠버올림픽에선 예선 통과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번엔 결선 진출을 넘어 ‘깜짝 메달’까지 기대하고 있다. ‘무서운 신예’ 윤성빈(20·한국체대)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국제 대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대륙간컵은 월드컵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한국 선수들이 자주 출전하는 아메리카컵보다는 수준이 높은 대회다.
특히 이번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존 몽고메리(캐나다)와 2011-2012시즌 월드컵 종합 순위 6위에 오른 알렉산더 가즈너(독일) 등 강자들이 소치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쌓기 위해 대거 출전한 만큼 윤성빈의 금메달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윤성빈은 놀랍게도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첫 시즌인 지난해 3월 두 차례 아메리카컵에서 4위와 5위에 오르더니 올 시즌 아메리카컵에서 동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처음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지난 12월 대륙간컵 2차 대회 은메달에 이어 6차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을 정복했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소치올림픽에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를 일이다.
윤성빈은 2012년 여름 서울 신림고 2학년 때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어떤 종목에서도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이 체육 교사의 눈에 띄었다.
그의 소개로 스켈레톤 대표선수 모집에 응한 윤성빈은 첫 라이딩에서 트랙 코스를 다 타지도 못한 채 썰매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3개월간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의 지도를 받은 결과 그해 9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스타트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강 부회장은 “3개월 동안 근력이나 경기 자세 등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면서 “어떤 종목도 경험해보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지도자의 말을 이해하고 경기력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윤성빈을 평가했다.
이후 윤성빈은 가속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에 8끼를 먹으며 몸무게를 75㎏에서 87㎏까지 불렸다. 스켈레톤은 규정상 장비를 포함한 썰매의 무게와 선수의 체중을 합한 최대 중량이 남자 115㎏, 여자 92㎏을 넘을 수 없다. 다만 이를 초과할 경우 썰매 무게를 남자 33㎏, 여자 29㎏ 이내로 조정하면 된다.
스켈레톤 대표팀은 윤성빈의 경험이 부족해 드라이빙 기술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가벼운 썰매를 사용하되 몸무게를 늘려 가속도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여기에 피나는 노력을 통해 윤성빈은 채 2년이 되지 않아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윤성빈의 활약이 소치올림픽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윤성빈에 이어 3년차인 이한신(27·전북연맹)까지 2명을 출전시킨다는 목표다. 드라이빙 기술이 좋은 이한신은 지난 2차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12위에 오르는 등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