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3년 4분기 실적 왜 나빠졌나… 삼성 “성과급·환율 때문” - 시장 “수익구조 악화”
입력 2014-01-08 02:36
삼성전자가 7일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으로 평가됐다. 발표 이전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분석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7000억원대였다. 반면 BNP파리바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는 영업이익을 8조원 중후반대로 낮춰 예상하며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실제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으로 예상치를 밑돌자 시장에서는 ‘원인 찾기’에 분주했다. 삼성전자 측은 성과급 지출과 환율 하락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수익구조 악화를 핵심으로 하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어닝쇼크’ 진원지는=주요 원인으로 신경영 20주년 특별성과급 지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IM(IT·모바일) 부문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리 집행한 마케팅 비용, 애플과 소송전쟁에 들어간 비용, 신제품 연구·개발비 등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해외 임직원을 포함해 모두 32만여명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규모는 8000억원대에 달했다. 직급마다 지급 액수는 다르지만 기본급의 9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일회성 지출을 빼면 4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대로 오른다.
여기에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고정할 경우 같은 제품을 수출해도 손에 쥐게 되는 돈(원화)은 줄게 된다. 다만 환율 하락은 부품·설비·원자재를 수입할 때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4분기의 경우 평균 환율이 전 분기보다 4% 이상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환율 하락으로 3000억원 정도를 손해본 것으로 추산한다.
결국 두 가지 손실이 없었다면 4분기 영업이익은 9조5000억원까지 뛴다. 지난 3분기 실적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지난해 연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4분기 영업환경이나 지출 규모를 감안하면 3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IM 부문 수익구조 악화는 중대 변수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억3000만대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존 실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수요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1분기에 반등할까=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실적 개선을 이뤄낼지는 최대 관심사다. 단기적 여건 변화에 따른 일시적 부진인지, 실적 자체가 하향세에 접어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반도체 분야 실적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고, 새해에 수요가 늘어 1분기에 반등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고공비행을 했던 IM 부문 실적이 반등할지가 관건이다. 연초는 전자제품 수요가 많지 않은 계절적 비수기여서 전망이 밝지 않다. ‘갤럭시 S5’가 상반기에 출시될 전망이어서 ‘갤럭시 노트3’ 등 기존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 판매가 줄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변형(Bendable) 초고화질(UHD) TV,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공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어서 1분기 매출 증대와 연관지을 수 없다. 다음달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하는 동계올림픽과 6월 개최되는 브라질월드컵 특수는 기대해볼 만하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반사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황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KDB대우증권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성과급을 고려하더라도 어닝쇼크의 주요 요인은 IM 부문 수익성 악화로 판단된다”면서 “올해 1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의 하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단기적 관점의 분석이며 서둘러 최저점(Rock Bottom)을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