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아이와 교감하고 계신가요?”… 가정교육 대세 ‘스칸디 교육법’
입력 2014-01-08 01:36
최근 엄마와 아빠들 사이에서 스칸디나비아 가정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요즘 우리 부모들의 이상형이 된 ‘스칸디 대디’와 ‘스칸디 맘’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스웨덴 교육 통으로 최근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예담 출판사)를 아내와 함께 출간한 황선준씨에게 ‘스칸디 부모들’의 참모습을 들어보기로 했다. 황씨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지 대학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했고, 스웨덴 감사원 및 국가 재무행정원, 국립교육청 간부를 지냈다. 2011년 귀국해 현재 경기교육청 초빙연구원으로 있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주부 이승현(40·강원도 홍천군)씨가 질문자로 나섰다. 스칸디 맘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씨는 남매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가르치고 있다. 재작년엔 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해 공부하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방송통신대학 락&락 카페에서 만났다.
△이승현=반갑습니다. 스칸디 대디, 스칸디 맘은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합니다.
△황선준=스칸디 부모들은 아이 삶의 주체는 아이 자신이라고 믿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판단하도록 기다려주고 지지해주고 박수 쳐주는 조력자지요. 아이들은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기 때문에 독립심이 길러집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끊임없이 지시하고, 아이들이 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하지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창의성이 약해지죠.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서 해결하는 능력도 모자라게 됩니다.
△이=자녀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부모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황=물론입니다. 단 방법이 다릅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통제 대신 대화를 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또는 ‘왜 안 되는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안돼’ ‘하지마’라고 윽박지르기보다 아이의 욕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타협합니다.
△이=‘친구 같은 엄마, 아빠’ 말은 좋은데, 실천이 쉽지 않습니다.
△황=스웨덴의 기본 사상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겁니다.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등 모든 인간관계가 수평적입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존중합니다. 대부분의 스웨덴 가정에선 가족회의를 하는데, 아이들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내놓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의견이 다를 때는 토론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논리력과 발표력을 기르지요.
△이=한국적 아버지여서 겪은 시행착오는 없으셨습니까?
△황=하하, 왜 없었겠습니까. 큰 아이가 어렸을 때 혼자 밥 먹다가 흘리는 게 싫어 냉큼 먹여 주려고 했죠. 가족회의 때 어린 아들 녀석이 제게 맞설 땐 불끈했지요. 큰 아이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아왔을 때 ‘너희 반에서 몇 명이나 이 성적을 받았니?’라고 묻기도 했죠. 스웨덴에선 서열을 매기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내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었습니다(그의 아내 황레나씨는 스웨덴 여성으로, 중학교에서 15년째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이=저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는데, 큰 아이가 곧 중3이 되니 걱정이 됩니다.
△황=아, 그러시군요. 우리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청소년 시절을,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청년 시절을 희생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욕심에서 아이들의 현재를 무시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뒤에’ ‘돈을 많이 번 다음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교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스웨덴에는 조기 교육이나 선행학습은 없나요?
△황=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실력은 뛰어납니다. 스웨덴은 비영어권국가 중 영어를 매우 잘하는 나라로 꼽힙니다. 주입식 교육 대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영어를 익힌 결과입니다. 창의력도 우수한데, 그 비결은 독서에 있습니다. 스칸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면 책을 읽어 줍니다. 주말이면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죠.
△이=우리나라 부모들도 책을 읽으라고 하죠. 다만 아이들이 싫어하니….
△황=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게 하세요. 명작이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을 억지로 읽게 해선 안 됩니다. 판타지 소설도 좋고, 연애소설도 괜찮습니다. 먼저 책과 친해지게 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이=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군요.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황=‘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보다 ‘내 아이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세요. 아이 말을 경청하고,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며, 필요할 땐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덕분에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자유롭게 키우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황=(자신이 쓴 책을 이씨에게 주며)남편이 꼭 읽게 하십시오. 저는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를 변화시키고,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귀국했습니다. 하하.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