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특 ‘교통사고 부친상’ 오보 키운 SM의 실망스러운 위기대응 능력

입력 2014-01-07 17:28


먼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한류를 주도하는 세계적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본명 박정수·31)이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이특은 2012년 10월 입대한 현역 군인입니다. 군 생활 중 가족의 비보를 들으면 더 견디기 힘듭니다. 이특을 비롯한 유족들에게 특별한 위로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특 가족의 비보가 전해진 시각은 6일 오후 8시30분쯤입니다. 인터넷에는 가족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을 전해들은 이특이 급히 귀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기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을 통해서는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기자들은 대신 출동했던 119 구조대 및 경찰을 취재해야 했습니다. 정확한 보도가 나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죠.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은 대략 7일 오전 2시쯤입니다. 마감시간이 빠른 신문들은 이특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다는 오보를 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렇게 조언합니다. “저널리즘에서 진실이란 하나의 과정 혹은 이해를 향한 일련의 여행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1보는 새 사건이나 추세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합니다. 2보에선 실수를 수정하거나 부족한 요소를 보완합니다. 모든 1보에는 오보가 담길 수 있지만 잘못된 팩트를 고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언론이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연예 뉴스는 특히 오보가 많습니다. 2009년 12월의 일입니다. 당시 한 인터넷매체는 중견 탤런트 양미경(53)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난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사실 확인을 위해 양씨의 자택에 전화를 하니 “저 살아있어요”라고 양씨가 수화기 너머에서 직접 말했습니다. 이 일로 오보를 낸 언론사는 사과문을 실어야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SM의 대처입니다. 언론에 소식이 전해진 6일 오후 8시30분부터 자정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SM 측은 ‘교통사고 사망’ 보도를 적극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특 가족의 사망 사실이 최초 신고된 시각은 6일 오전 9시20분쯤입니다. 적어도 12시간, 이후 오보 소동이 벌어지던 4시간여 동안 SM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반면 이날 동방신기 컴백과 7집 발매 소식은 적극 노출했죠. SM은 7일 아침에서야 “유족을 대신해 자극적인 보도의 자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한류를 이끌고 있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8940억원의 가치를 지닌 대형 기획사의 위기대응 능력이 이것뿐이라면 유감입니다. 굿 뉴스와 배드 뉴스 사이에서 기획사가 할일은 저울질이 아닙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혼란을 겪을 때 피해를 입는 건 대중입니다. 그 안에는 정말로 ‘슈주’를 응원하고 이특이 상처받지 말기를 바라는 팬들이 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