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떠돌던 조선 불화 100년 만에 귀향

입력 2014-01-08 01:38

18세기 조선 후기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100년간의 해외유랑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7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허미티지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조선 후기 대형 불화 1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1730년대 영조 시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화재는 일제강점기 초반 일본으로 반출된 후 귀환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로 세로 각 3m가 넘는 이 그림은 한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 반출돼 일본 미술품 매매회사인 야마나카상회에 넘겨진 후 1930년대 말 태평양을 건넜다. 1942년 오하이오 톨레도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등 미국 전역을 떠돌았다. 그러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가 적국자산관리국(APC)을 설치해 야마나카상회 미술품 등 미국 내 일본 재산을 몰수할 때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1943년 뉴욕 경매시장에 6500달러에 내놓았으나 유찰을 거듭하다 이듬해 허미티지박물관(낙찰가 450달러)에 팔렸다. 하지만 마땅한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채 보관돼 오다 1954년 버지니아 노포크박물관(현 크라이슬러박물관)에 20년간 장기대여 형태로 전시되기도 했다. 1973년 다시 허미티지박물관으로 돌아온 후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40년간 방치돼 있었다.

2011년 버지니아주 박물관협회는 결국 이를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포함시켜 복원 및 보존처리 지원을 도와줄 후원자 물색에 나섰다. 그러던 중 재단이 지난해 5월 국외한국문화재 조사 작업을 벌이다 이를 발견하고 반환을 요청한 것이다.

반환 협상은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허미티지박물관에 운영기금을 기부하는 대신 이 문화재를 한국에 기증하는 조건으로 성사됐다.

안휘준 이사장은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 등 회화적 측면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라며 “반출 문화재가 해당 국가의 소장기관과 협의를 거쳐 뜻있는 기업의 후원과 함께 기증 형식으로 반환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향후 국외 문화재 환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