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차 없는 거리

입력 2014-01-08 01:33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의 보봉은 ‘차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 현재 인구 5800여명의 주거단지인 보봉 마을에 지난 2000년 처음 입주한 주민들은 모든 도로가 놀이공간인 곳에서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경이와 환희를 느꼈다. 뒷동산의 새 소리와 바람에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낮의 정적이 어떤 것인지도 알았다. 어린이들이 거리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고, 창문을 열어놓고도 소음과 매연 걱정 없이 음악과 커피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 학부모는 아이를 자전거 뒤 트레일러에 태워 등하교시킨다.

보봉 주거단지는 ‘시민 참여를 통한 도시계획의 모범사례’로 입주 6년 전부터 철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조성됐다. 차고지는 택지지구 외곽에만 있고, 지구 안에서는 주차가 금지돼 있다. 응급차량의 통행과 짐을 부릴 경우의 정차만 허용된다. 면적이 38만㎡로 서울의 동(洞) 면적의 절반인 보봉 마을을 횡단하는 도로에는 노면전차(트램)가 다닌다. 주민들은 시내 나들이를 위해 트램과 버스를 이용한다. 나머지 도로는 모두 교통 정적화 구간이다. 보봉 마을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85대로 독일 평균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대신 자전거 보유대수는 858대로 마을 전체 교통량의 50%를 자전거가 담당한다.

도시계획을 세운 포럼 보봉의 전(前)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동차를 줄임으로써 가장 좋아진 것으로 이웃관계가 돈독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차에 내줬던 도로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보면 공동체성이 저절로 살아난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에 따른 의료비, 기름값, 차고 비용과 도로보수 비용이 안 드는 것은 큰 결실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해 9월 한 달간 행궁동을 ‘차 없는 마을’로 운영했다. ‘세계 생태교통 축제’로 진행된 이 행사에 수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밤낮 안 가리고 자동차가 점거하던 골목길은 아이들과 100만 방문객들의 놀이터로 변했고, 차 없는 마을 실험은 성공을 거뒀다.

연세대 정문 맞은편에서 신촌로터리까지의 신촌로가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6일 거듭났다. 550m 구간의 연세로는 보행자, 자전거, 시내·마을버스 등 16인승 이상 승합차 및 긴급차량만 통행할 수 있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도를 넓혔다. 행인들끼리 어깨를 부딪칠 정도도 비좁았던 보도가 쾌적해졌다. 상인들은 공기도 맑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차에 의존하면서 삶의 자유와 풍요로움의 일부를 포기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