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통합을

입력 2014-01-08 01:34


성공하는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의 목표·대상·수단을 명확히 규정한다. 이에 맞게 부처별 사업의 교통정리를 하며 민간과의 파트너십도 구축한다. 이 모든 것을 알기 쉽게 국민에게 전달한다. 새마을운동의 예를 들어보자. 정책목표는 빈곤 극복이고, 수단은 농지·도로·주택 정비였다. 정부의 힘을 결집했고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도 조직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패키지화해 새마을운동이라는 명확한 언어로 표현했다.

이에 비해 사회적경제 정책은 한참 못 미친다. 정책의 통합과 조율에 실패했다. 정책목표·수단·대상 모두 유사함에도 행정체계는 따로 움직인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사업 등 많은 사업의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에 있다. 그러나 각기 움직인다. 거의 붙어 있는 ‘협동조합의 날’과 ‘사회적기업의 날’은 따로 기념된다. 사업별로 시장지원, 금융지원, 네트워크, 교육계획도 따로 세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조율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칸막이가 운동의 칸막이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정부자원 의존도가 높은 곳에서는 더욱 심화된다.

둘째로 본래의 정책목표에도 충실한 것 같지 않다. 사회적기업 정책이 실시된 것은 재정일자리 사업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서였다. 원래대로 한다면 11조원이 넘는 재정일자리 예산의 일정 부분이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500억원을 넘나드는 사회적기업의 예산 범위 내로 스스로 안주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이럴진대 이제 막 태동한 사회적협동조합이 복지 영역에서 역할을 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당장 복지부의 인가를 받기도 참 어렵다고 한다. 강고한 칸막이가 부처 간 정책 조율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우호세력 확대에도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 필자는 한국사회에서는 시장경제의 하위 부문(마을기업, 자활, 일반협동조합)과 비영리의 경제 부문(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으로 이해한다. 정부 자원을 별도로 친다면 자발적인 선의의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종교, 학교, 일반시민의 기부와 자원봉사, 윤리적 소비와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열악하다. 우리나라 사회적자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자신의 자금과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신뢰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법은 ‘사회적경제기본법’에 있다. 다음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넣음으로써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먼저는 사회적경제를 정의하고 관련된 정책을 기획·정비하는 조직의 정비다. 영국의 사례로 든다면 총리 직속의 시민사회청(OCS)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요구된다. 다음은 사회적금융의 중개를 담당할 조직이다. 새롭게 자금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 중소기업 지원자금, 각종 정책펀드, 휴면예금, 미소금융, 복권기금, 자활기금, 기업CSR 등 재원은 충분하다. 문제는 사회적경제계에 그 자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가치평가에 입각한 금융중개 기능의 회복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제3섹터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 또한 요구된다. 사회적경제는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이며 정부자원과 민간자원이 잘 결합해 성공하는 곳이다. 따라서 투명하고 건전한 제3섹터의 존재는 사회적경제 발전에 필수적이다.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단체에 관한 법과 제도는 한국이 꽤 선진적이다. 지원 예산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아직 실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 간 충돌을 방치한 채 부처 간 칸막이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네거티브 공세를 펼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기본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정책 경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