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력단절 여성이 재기하는 시스템 갖춰야

입력 2014-01-08 02:56

국가는 지원하고 기업주는 인식 바꿔라

여성 경제활동이 선진국에 비해 유달리 저조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국가의 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할 경우 젊은 인력을 새로 고용할 때보다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기업주와 사회의 그릇된 인식도 한몫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6일 공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가 단적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대졸 이상 기혼 경력단절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재취업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두말할 것도 없이 30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결혼·출산·육아의 부담이 경력단절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우선 결혼 등으로 퇴사하는 회사 관행 및 퇴직 압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와 같은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여성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실제 근로현장에서 활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은 자명하다. 대표적인 모성보호 제도인 육아휴직 사용률도 18.7%에 머무르는 데서 알 수 있듯 사업주의 인식이 제도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간호휴가,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도 극히 낮다.

임금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여성 근로자의 소극적 자세와 사업주의 이기적 자세가 맞물려 갖춰진 제도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당한 권리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업주는 부당행위로 간주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여성 근로자의 복지가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업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교육을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거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또 기업의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다시 짜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경력단절 극복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공공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성 고급 인력의 잠재력 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들에게 투자된 공적·사적 교육비용을 사장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기도 하거니와 자존감을 심하게 훼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 선진국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는 신념으로 국가와 기업인이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