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정교과서 채택률 0%가 되는 교육환경

입력 2014-01-08 02:37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파주의 한민고등학교가 7일 교과서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민고가 채택을 철회하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경북 청송여고를 제외하면 전무한 상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교과서 채택률이 사실상 0%라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20여개였으나 현재 두 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교과서로 바꾸거나 철회한 상태다. 학생, 학부모, 동문회 반발에다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까지 시위에 나서면서 결정을 번복한 학교가 속출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보겠다며 특별조사에 나선 정부 조치는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민고 사례가 방증이다.

한민고는 군인 자녀를 위한 기숙형 학교로 오는 3월 정식 개교하는 학교다. 신입생 선발을 마치고 교사 임용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어서 학교 내에 전교조 활동이 있을 리 없다. 이 학교 전영호 교장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오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다시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채택하고 싶어도 논란이 되고 있으니 번복하게 됐다는 의미다.

현행 검정교과서 규정은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과서를 선정,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1%를 밑돌았다. 교과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왜곡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학사 집필진은 교과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정을 거친 교과서를 채택한 비율이 전국적으로 0%라면 이건 더 큰 문제다. 진보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외압을 가하니까 채택을 한 학교에서도 번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00%와 0%, 이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환경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조성된다면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은 불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