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실타래, 크리스천은 어떻게 풀까… 일터에서 삶속에서 영성을 일깨우는 두 권의 책
입력 2014-01-08 01:33
그리스도인들은 수많은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동역자…. 이들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이룬다. 하지만 그 관계가 늘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땐 속도 끓이고 낙심한다. 자칫 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까. 나아가 어떻게 영적 공동체를 이루며 살까. 최근 출간된 ‘팀 켈러의 일과 영성’ ‘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는 관계의 출발을 사랑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팀 켈러의 일과 영성/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두란노
평일 대부분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에게 직장이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일깨우는 책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이란 저주나 고역(苦役)이 아닌 소명이 분명한데, 그 현장에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새해는 밝았고, 일은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이왕 할 일이라면 즐겁게, 유익하게 해보자.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해야 하나. 저자인 팀 켈러는 25년 동안 학생들과 직장인, 회사 임원급 리더들에게 일과 소명에 관한 문제들을 가르치고 상담해 왔다. 그간의 통찰을 묶어 출간한 것이 이 책이다. 피 튀기는 경쟁과 실적 지상주의가 판치는 일터에서 ‘왜 일해야 하나’ ‘어떻게 일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경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의 일이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사는 차원을 넘어 다른 이들을 돕는 길이자 몸으로 드리는 예배가 돼야 한다고 권면한다.
“다른 이들을 섬기도록 하나님이 주신 과업으로 일을 새로이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일상적인 일은 소명이 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가르치는 노동관이다.”(82쪽) 크리스천의 노동은 거룩한 창조 사역의 연장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분명히 밝힌다. 당신에게 일터는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이라고. 이렇게 ‘혁명적인 노동관’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일에 공통적인, 고상한 목적을 지녀야 한다. 남들이 애쓰고 수고해서 얻으려는 것들, 즉 구원, 자부심, 선한 양심, 평안 등을 이미 주님 안에서 소유했으니 이제는 그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일하면 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은 이웃을 사랑하는 수단이다.
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래리 크랩 지음, 김명희 옮김/IVP
심리학자인 래리 크랩이 쓴 이 책은 하나님이 세운 공동체는 어때야 하는지, 그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교회라는 영적인 공동체 속에는 깨어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서로를 향해 의자를 돌린다. 이렇게 깨어진 이들은 상처받고 염려하며 때론 엄청난 실패를 경험하면서 함께 여행하지만, 그 깨어짐 너머에 뭔가 살아 있고 선하며 온전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68쪽)
저자는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약점과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를 변화시키는 성령의 역사에만 주목하면 된다. 일례로 라르쉬 장애인 공동체의 ‘아르만도’를 소개한다. 몸은 심하게 뒤틀리고 심각한 정신 장애까지 안고 있는 작은 아이 아르만도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누구든 그 아이를 안으면 마음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의 샘이 솟아난다. 아르만도는 그저 눈빛으로만 말한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정말 좋아요.”
관계 맺기의 기본은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고 나눠줄 수 있는 선한 이가 없다면 공동체는 결코 영적일 수 없다.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사람, 우리 마음속에 있는 복음의 기적을 보게 해주는 사람, 모든 겉치레와 가식 뒤에 불안과 실패의 상처들 아래 하나님의 선하심이 있다는 그 복음의 기적을 보게 해주는 아르만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72쪽) 새해엔 누군가의 아르만도가 되어보자.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