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국악소녀’ 송소희 새해 다짐 “연예인이 목표 아니라오∼ 국악 대중화가 꿈이라오∼”

입력 2014-01-07 02:28


KBS 1TV를 통해 생방송된 공연에 앞서 가진 리허설 중간에 출연자 대기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깜찍하고 예쁜 모습을 상상했으나 뜻밖이었다. 수수한 차림의 평범한 여고생 스타일이었다. 그가 한마디 했다. “사진기자님이랑 같이 오신다고 말씀 안하셨잖아요? 한복 입으면 갑갑해서 리허설 때는 그냥 편안한 복장으로 하는데…. 어쩌죠?”

하고 싶은 말은 딱 부러지게 하는 당찬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줄줄이 이어진 연말 공연과 신년 프로그램 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그가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1월 스케줄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그의 아버지가 답했다.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 6일 어느 기업의 CF 촬영,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국악 신년음악회가 잡혀 있어요.”

이날도 당진에서 올라와 몇몇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리허설을 거쳐 1박2일의 공연까지 해냈으니 힘들 법도 하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큰 방송국에서 불러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이에요? 제 광고가 고(故) 박동진 선생님의 ‘제비 몰러나간다’ 이후 가장 화제를 모은 국악 광고라고 하니 국악의 대중화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국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부모님이 선견지명이 있어 어릴 적 제 끼를 발견하신 덕분”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아기 때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다고 해요. 가족이나 친척 중에서 국악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말이죠. 커서 뭐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취지로 두 살 때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에 보내셨대요. 피아노 소리도 듣고 그림도 보라고요.”

그러다 다섯 살 때 국악원에 다닌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일곱 살 때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2008년 다시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국악신동’으로 불렸다. 이후 SBS ‘스타킹’에 나와 소름 돋는 창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타고난 실력과 출중한 미모를 지닌 그는 이동통신사 광고로 피겨선수 김연아,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와 함께 ‘CF여왕’ 자리에 나란히 올랐다.

‘국악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서 “연예인이 되려는 것 아니냐” “전통 국악을 흐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당차게 말했다. “절대 그런 게 아니에요. 저의 장래 희망은 국악인이 되는 것이고, 제 목표는 국악을 대중화하는 거예요.”(1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악의 대중화’라는 말을 서너 번 했다)

“어린 나이에 재능을 너무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야무지게 답했다. “지금은 방학이어서 그렇지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요. 시험은 물론이고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것도 다 참석하면서 잘 다니고 있어요. 학창시절의 추억도 소중하잖아요. 국악뿐 아니라 한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과학 과목도 재미있고요.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쌓아야 좋은 국악인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고등학교도 국악고가 아니라 일반고에 진학한 것도 좋은 국악인이 되기 위해서라고. “인문학 등을 폭넓게 배우고 싶어 일반고를 선택했어요. 국악만 배워서는 좋은 대학을 갈 수가 없잖아요. 좋은 대학에 가서 국악을 제대로 전공하고 싶어요. 요즘 피아노와 기타, 작곡도 배우고 있는데 국악을 좀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서랍니다.”

새해 목표는 국악을 세련되게 편곡한 앨범을 내는 것이다. “제 또래들은 국악이 뭔지도 잘 몰라요. 누구든지 국악을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통과 현대 음악이 어우러진 음반을 내려고 해요.” 그는 이어 “안숙선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부족한 것이 많아 무척 긴장됐지만 ‘장하다’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실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서면 고민이 싹 사라지고, 관객들이 호응을 잘 해주시면 최고의 하루가 된다”는 그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사인 요청도 많이 받겠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는 한데요. 제 친구들은 오히려 저에게 아이돌 가수들 사인 좀 받아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해맑은 미소를 가진 그에게서 꿈 많은 소녀의 설렘과 열정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