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공공기관 개혁 ‘朴風’ 몰아친다

입력 2014-01-07 01:39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함에 따라 공공기관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철도파업을 마무리한 여세를 몰아 공공기관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겠다”며 공공기관 개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부채보다도 많아 일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철도 개혁을 시작으로 공공부문의 정상화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에 이른다. 2008년 290조원의 1.7배 수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기관 부채를 더할 경우 총 부채는 56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한국전력공사, 코레일 등 일부 공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채 증가 원인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떠맡아 부채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면서도 “공기업 자체의 방만·편법 경영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적 부진에도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유사·중복 사업을 추진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코레일 사례에서 드러났듯 많은 공공기관에서 방만 경영은 물론 고용세습까지 이뤄져 왔다”며 “국민께 부담을 지우고,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산 매각, 사업 조정 등 전례 없는 강력한 개혁 방안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중에서도 부채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등 12개 공공기관에 필수자산 외 자산 매각 지시가 내려진 데 이어 임직원 복리후생도 공무원 수준에 맞추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별도로 추진해온 해외 자원개발 업무도 통폐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산하 기관에 대한 부처의 관리·감독도 한층 강화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14개 공공기관장이 참석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정상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2017년까지 정원 동결,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 10% 이상 절감, 관리직 임금 동결 또는 반납 등을 자구계획에 담아 15일까지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6월 말 추진 실적을 평가해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해임토록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명분에 집착해 가시적 성과에만 몰두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채 털어내기에 집중한 나머지 ‘알짜 자산’ 매각 등에 나설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으며, 자구책 제출 시한도 1월 말로 못 박아 장기적인 자구책 마련에 시간이 빠듯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울러 철도파업과 같이 노조와 충돌할 우려도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