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단女’ 절반 “재취업 의사 없다”… 고용정보원, 대졸 이상 실태조사
입력 2014-01-07 02:43
경력단절 여성 절반 이상은 재취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1명 이상은 결혼·임신·출산 이후 관행과 강요 탓에 반(半)강제적으로 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성보호를 위한 복지 제도들은 대부분 유명무실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대졸이상 기혼 경력단절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이상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 기초분석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조사 결과다.
고용정보원은 모집단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할당표본추출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조사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의 54.3%는 재취업 의사가 없었다. 이 중 41%는 ‘직장생활을 하면 일·가정 양립이 어렵기 때문에 집안일을 내가 직접 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재취업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 중 29.6%는 육아 때문에, 22.1%는 자녀교육 때문에 제의받은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어떤 조건의 일자리가 제공되더라도 일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는 37.7%에 그쳐 경력단절 여성은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조건이 아니면 취업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첫 직장을 끝으로 노동시장을 떠난 이들 가운데 ‘결혼·임신·출산 등의 이유로 힘들어서 스스로 그만뒀다’(44.6%)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았다. 11.9%는 ‘결혼·임신·출산으로 퇴사하는 회사 관행 및 퇴직 압력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보다는 양육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6.5%였다. 결국 63%의 여성들이 4대 요인(결혼·임신·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하루 평균 6.6시간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전 7시에 눈을 떠 잠시도 쉬지 않고 매달려야 오후 1시36분에 집안일을 끝마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어릴수록 가사노동 시간은 길어져 미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 7.7시간에 이르렀다. 전체 조사대상의 43.9%는 평소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미취학 아동의 엄마는 63.7%가 시간 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동시에 하기는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일·가정 양립을 돕는 복지제도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와 직장보육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경력단절 여성은 각각 10%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모성보호 제도인 육아휴직 사용률도 18.7%에 그쳤다. 가족간호 휴가(15.8%), 재택근무(13.2%), 시차출퇴근제(19.6%) 등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제도들도 사용률이 낮기는 마찬가지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