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장株의 그늘… 삼성전자 주가에 울고 웃는 코스피

입력 2014-01-07 01:30


“코스피지수의 큰 폭 하락 원인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악화 전망.”(지난 2일)

“웰스파고은행이 애플의 수익률을 하향 조정하자 동종업계인 삼성전자 수익성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 삼성전자 성장 정체 우려로 외국인·기관 순매도.”(지난 3일)

그날의 금융시장을 한 줄로 요약하는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의 ‘일일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는 새해 들어 ‘삼성전자’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지수가 연초 주춤한 출발을 보이는 이유를 삼성전자에서 찾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많을 때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에 육박했다”며 “‘대장주’의 향방은 곧 전체 투자자들의 판단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원톱’만 공을 찬다=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심하다는 것은 2000년대 이후 해묵은 문제로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것은 시장 왜곡 효과다. 대부분 종목이 지지부진하더라도 덩치가 큰 삼성전자만 잘 나가면 시장 전체가 호황인 것처럼 착각이 든다. 반대로 최근처럼 삼성전자가 삐끗하면 증시 전체가 외국인 자금 유출의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제외하고 산출한 코스피지수는 1600선 초반에 그치고 있다.

6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2012년 초부터 계산한 ‘마이너스 삼성전자’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현재 1610.72로 나타난다. 실제 코스피지수와의 괴리율이 17.24%에 이른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2012년 1월 2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6.56%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를 빼고 따진 수익률은 4.55%에 머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는 착시 효과의 부작용을 잘 아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이너스 삼성전자 지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2012년 “삼성전자를 뺀 지수로 체감지수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노키아의 비중이 60%를 넘자 비중을 줄여 지수를 재조정했었다”며 “우리도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의 비중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나스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비중이 각각 20%를 넘어서자 10%대로 하향 조정해 인덱스를 재설정한 사례가 있다.

◇믿을 건 대장주뿐=6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소폭 반등, 130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오르자 코스피지수도 역시 소폭 상승 마감했다.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보다는 떨어지더라도 9조원대 이상은 나올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 영향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2개 증권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4000억원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와 BNP파리바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연초 “디스플레이 부문 부진 등으로 8조원 중반대의 ‘실적 쇼크’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었다. 지난해 6월 JP모건의 부정적 보고서 발표 뒤 대장주 주가가 150만원대에서 120만원대로 곤두박질친 것을 기억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연초 이후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기에 바빴다.

금융투자업계는 7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만 있으면 증시가 안정적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본다. 최근 대장주의 부진이 증시 전체에 새로운 기회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5차례 삼성전자 분기 실적 발표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미리 하락한 경우는 세 차례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주가가 미리 상승했을 때에는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을 때만 상승을 유지했지만, 미리 하락했을 때는 주가 반등이 본격화됐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라고 해서 최근 불거진 원·달러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주가 상승 동력이 당분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증시 전체의 부담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1월 증시에 ‘예고된 하락’이 다가온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글로벌 선행경기 모멘텀이 둔화 중이고, 해외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등 수급도 불안하다”며 “코스피지수가 이달 중 1870선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