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교회 2014] ④ 평화와 통일
입력 2014-01-07 02:28
남북경색 물꼬 터 줄 최고 적임자는 크리스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새해에는 크든 작든 남북관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평화·통일 분야에서 사역하고 있는 교계 인사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남북협력위원장이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허문영 박사는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의 처형과 김정일 사망 3주기 등 복잡한 북한 내부 사정과 북한의 전향적 변화 없이 대규모 남북경협은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원칙이 맞물려 있어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없다면 북한의 경제난은 더 심해지고, 한국도 원칙만 고수하면 안보·경제·북한 위기의 ‘절대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장 조헌정 목사는 “기본적으로 남과 북 모두 내부에 정치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평화공동체 운동본부 공동대표 나핵집 목사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남), 경제난과 북중관계(북) 등 현재는 남한과 북한 모두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쩌면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난국을 뚫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 등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조국평화통일협의회(조평통협) 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는 “세계 복음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민족의 통일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에 있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5·24 조치 해제 등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복협 허 위원장은 “무조건 해제할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이나 국군포로 송환,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등 한국 정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가며 해야 한다”며 “북한 보릿고개가 3∼4월쯤 찾아오기 때문에 2∼3월에는 북한에서 식량이나 비료 등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므로 북한의 요청과 우리의 요구를 서로 주고받으며 상생의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기장의 나 공동대표는 “박근혜정부가 주장해 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고 새로운 결단과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달 쯤 북한에 비료나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5·24 조치를 정리하고 신뢰관계 형성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목사는 “이명박정부에서 꼬아놓은 실타래를 풀지 않으면 대북관계에 있어서 ‘이명박 7년차’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NCCK 조 위원장 역시 “현재는 민간 분야의 인도적 지원도 너무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며 “그동안 쭉 해오던 지원을 못하게 한다면 북한도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장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종교인이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종교인 간의 만남부터 전폭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한복협 허 위원장은 “한국교회의 내적 회복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복음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며 “중국에서도 당의 통제를 받는 삼자교회가 성장하면서 중국의 기독교 성장이 이뤄졌듯 북한의 공식교회와 지하교회가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 조 위원장은 “한국교회, 특히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옅어지고 있다”며 “개별 교회에서 성도를 상대로 평화통일을 위한 교육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장 나 공동대표는 “장성택 처형 등 최근 북한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북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교회는 북한 지배계층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적대감을 갖기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들을 돕는 일들을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NCCK는 지난해 WCC 부산총회에 참석이 불발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의 협의를 계속 추진키로 했다. 삼일절과 부활절 공동기도문을 내고, 함께 기도회를 여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기장은 상반기 중 소속 교회와 청년을 상대로 ‘평화 아카데미’(가칭)를 시작하며, 한복협은 북한의 장애인 스포츠 국가대표팀을 지원키로 했다. 조평통협은 오는 4월 평양 봉수교회에서 ‘조국평화통일기원 기도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