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수록 천천히… 대구 ‘느린 우체통’ 인기

입력 2014-01-07 01:45


삶의 여유를 느끼려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대구의 ‘느린 우체통’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지역 대표 관광지인 화원읍 구라1길 마비정 벽화마을에 지난달말 ‘느림보 우체통’(사진)을 설치 한 후 10여일 만에 300∼400개의 우편물이 접수됐다고 6일 밝혔다.

느림보 우체통은 정신없이 빠른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천천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느림의 미학(美學)’을 적용했다. 직접 준비해 간 편지나 마비정 벽화마을 농촌체험전시장에서 파는 마비정 벽화마을 배경의 엽서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농촌체험전시장 측에서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수거해 보관해 뒀다가 1년 뒤 배달해 준다. 외관도 기존 빨간색의 사각형 모양 우체통이 아니라 익살스러운 표정의 허수아비 모양으로 돼 있어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이상화 고택 옆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도 인기다. 대구 중구는 2012년 3월 이곳에 전시용으로 빨간색 원통형의 일제강점기 때 우체통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느린 우체통으로 사용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관람객들이 소원이나 사연을 적은 편지를 넣고 가는 것을 보고 지난해 3월부터 1년 뒤에 우편물을 보내주는 느린 우체통으로 용도를 바꿨다.

지난해 11월 우체통 모양이 일제시대 잔재라는 논란이 일면서 철거되기는 했지만 임시로 우편함을 설치해 계속 느린 우체통으로 운영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매달 300여통의 우편물이 접수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