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漢字 전산화 허성도 교수 2월 퇴임

입력 2014-01-07 01:55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한자 전산화를 이뤄낸 중어중문학과 허성도(65·사진) 교수가 다음달 퇴임한다고 6일 밝혔다. 허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등에 나온 한자를 일일이 전산화해 우리나라 국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0년 처음 대학 강단에 선 뒤 본격적인 국학 연구를 위해 기부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83년부터 매달 기부자 1인당 약 1만원의 기부금이 전국 곳곳에서 들어왔다. 그러다 컴퓨터가 등장했다. 허 교수는 무작정 386 컴퓨터 두 대를 샀다. 그리고 고서적에 나온 한자 1만5000자를 전산으로 입력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16년이 흘렀고, 그간 지인들이 보내준 기부금은 무려 1억4000만원이나 됐다. 허 교수는 99년 ‘한국사사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한자 전산화 작업 결과물을 공개해 국학 연구자들이 컴퓨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허 교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강연 준비 등으로 그의 연구실에는 늘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그는 “우리 역사를 한반도에 국한해 좁은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세계사 측면에서 제대로 봐야 한다”며 “비록 퇴임하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거라 설렌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