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치과위생사, 밤엔 연습… 한국여자아이스하키의 어머니”

입력 2014-01-07 01:53

NHL, 탈북자 출신 황보영 스토리 특집으로 소개

국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3년 전까지 활약했던 탈북자 황보영(35)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소개한 특집 기사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북한 출신인 황보씨는 체육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가까이 했다. 처음엔 북한에서 인기가 높은 체조를 했지만 12세 때 하키로 바꿨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 1999년 한국에 들어왔다. 다시 하키를 시작했지만 ‘탈북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선수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협회(IIHF) 주최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4부 리그에서부터다. 2004년 슬로베니아 대회 3부 리그에서 5전 전패로 4부 리그에 강등된 한국은 황보씨의 활약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황보씨는 “그때 처음으로 아이스링크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었다”며 “너무나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황보씨는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가슴 아팠던 순간도 있었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대결이 펼쳐졌다. 당시 황보씨는 경기가 끝난 뒤 과거 함께 운동했던 북한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는 “가슴이 찢어졌다”면서 “그러나 내가 말을 걸면 그들이 북한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황보씨는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한국 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소득이 없어 낮에는 치과위생사로 일하고 밤에 연습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린 후배 선수들을 잘 챙겨 ‘어머니’로 불렸다. 2011년 선수생활을 은퇴한 황보씨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NHL은 “운동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할 기회가 거의 없는 북한에서도 희망스토리가 있다”며 “황보씨가 바로 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