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산 상봉 제안 배경·北 대응…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로 신뢰 물꼬

입력 2014-01-07 01:39


정부가 6일 설 명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북한에 공식 제의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인도적 사안 해결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 남북 간 신뢰를 쌓은 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7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80.5%를 차지할 정도로 시급한 인도적 사안이라는 것도 감안됐다.

정부는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이 이달 31일로 25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북한이 동의할 경우 충분히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9월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 당시 확정된 100가족의 명단을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다만 9월 이후 돌아가신 분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빈자리가 있으면 새로운 분들을 넣으면 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상봉 장소와 숙소 등 실무 준비는 1∼2주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대표적인 인도적 사안인 데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동시에 열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항상 연계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대가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리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제1비서가 심혈을 기울인 마식령스키장이 지난해 12월 31일 개장된 만큼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금강산 관광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일단 동의하더라도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이산가족 문제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분리하려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상봉 나흘 전에 갑작스럽게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