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로 연극 무대 돌아온 한지상 “철학과 인생 담겨 있어… 작품 속 켄처럼 성장할 것”
입력 2014-01-07 01:40
배우 한지상(31)은 누구보다 바쁜 2013년 한해를 보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칼렛 핌퍼넬’ ‘보니앤클라이드’ 등 7편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면서 데뷔 10년 만에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의 숨가쁜 행보는 지난달 21일 시작한 연극 ‘레드’ 무대로 이어졌다. 지난 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4년 만에 돌아온 연극 무대와 작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술을 다루고 있지만 이 정도 깊이의 철학과 인생을 다루는 작품은 오래간만인 것 같아요. 인생을 세세히 들여다보는데, 뭐랄까,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미분해서 쪼개고 쪼개서 들어간다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러시아 출신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가 1958년 미국 뉴욕 시그램 빌딩의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받고 작품을 완성했다가 계약을 파기한 실화를 토대로 한다. 여기에 가상의 인물 켄이 로스코의 조수가 되고 싶다며 찾아오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생성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하는 인생과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2011년 국내 초연 당시 로스코 역의 강신일과 켄 역의 강필상이 다시 무대에 섰고, 한지상은 이번에 처음 켄 역할로 합류했다. 워낙 호평 받은 작품인데다 간만의 연극 무대라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스토리에 음악, 안무까지 뼈대가 만들어져 있는 뮤지컬은 거기에 의지할 수 있어 든든하죠. 하지만 연극은 (보조)음향은 물론 마이크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배우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해요. 간만에 서는 무대이지만, 처음부터 연극으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부담은 별로 없었어요. 연극과 출신 배우들에게 그렇듯 연극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3년 연극 ‘세발자전거’로 데뷔했다. 하지만 특유의 카랑카랑한 철성(鐵聲)에, 성량도 큰 편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시간을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보냈다.
“발성은 사실, 제 업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승복하고 싶지 않아요.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으로부터 ‘자신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남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들은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어요. 기술적인 것보다 제 진심으로 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파트너 강신일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강신일 선생님이 설경구 선배와 보여줬던 장면에서 두 배우가 나누는 호흡이 인상적이었어요. 무대에서 제 대사와 에너지도 섬세하게 받아주시고 저를 존재하게 해주는 강 선생님의 인자함 덕분에 제가 설경구가 된 듯한 기분이에요. 작품 속에서 켄이 2년 동안 성장해 나가듯, 오는 26일까지 무대에 서는 5주 동안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이 끝나면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뒤프레 역을 맡아 뮤지컬 무대로 돌아간다. 향후 계획을 물었다.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고, 또 운명으로 채워지지 않는 건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현명함을 발휘하고 싶어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