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목회자들이 붙들고 가야 할 단어는…
입력 2014-01-07 01:28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인 은준관 박사는 지난해 10월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한국교회는 현재 새벽과 햇살 사이에 드리운 여명의 공간인 ‘트와일라이트 존(twilight zone)’에 머물면서 길을 잃고 머뭇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광야 교회’와 ‘기독교 왕국’ 사이의 트와일라이트 존에 서서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폭풍전야의 배’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때에 ‘한국교회호(號)’의 선장격인 목회자들은 거센 풍랑을 뚫고 안전하게 배를 포구까지 이끌고 갈 수 있기 위해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복음, 임재, 연합, 부흥, 회개…. 한국교회 리더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목회자들이 올 한 해 동안 붙들고 씨름해야 할 단어들이다. 지금 한국교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복음이 세상의 가치관과 섞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복음본색’(새물결플러스)의 저자인 J D 그리어 목사는 “복음은 우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우리 정체성과 안전의 근원이 된다”면서 “우리 모두는 정기적으로 복음의 신비를 탐구하고 복음의 메시지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도록 분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 ‘회심’ 등의 책을 쓴 폴 워셔 목사도 지난해 한국 방문 시 집회에서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음이 싸구려 모조품으로 퇴색된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21C목회연구소장 김두현 목사는 “2014년 한국교회는 다시 복음 앞에 서야 한다”면서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복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목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복음 앞에 서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에 주어진 절대적 과제다.
복음과 임재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복음에 충만할 때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다. 은 박사는 한국교회 최대 위기는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성도 한 명 한 명의 만남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신앙의 채널이 깨졌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가 종교성으로 대체된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목회자들은 하나님과 성도들을 만나게 해 주는 종말론적인 채널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가 넘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목회자들이 먼저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임재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연합-하나됨’이다. 국제YWAM을 창설한 로렌 커닝햄 목사는 수차례 한국교회의 연합이야말로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이 시대의 명제라고 말했다. 커닝햄 목사뿐 아니라 수많은 세계교회 지도자들도 열방 복음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연합을 제시했다. 지난해 WCC 총회는 연합을 모토로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교회의 분열상’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자리가 됐다. 요한복음 17장 21절에 기록된 것과 같은 하나됨이 한국교회에 절실하다. 종교사회학자인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연합해야만 분출하고 있는 온갖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게 된다”면서 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회자들은 목회를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한 위대한 연합의 정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만신창이의 신세와 같지만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부흥을 염원해야 한다. 다시 부흥을 위해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부흥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선물이라는 점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일어나 군대가 된 것 같은 기적의 부흥이 가능하다. 부흥의 전제는 회개, 즉 돌이킴이다. 김두현 목사는 “철저한 돌이킴을 통해 자기를 죽이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갈 때 하나님이 주시는 부흥은 가능하다”면서 “먼저 이 땅 교회와 목회자의 삶 속에 하나님 은혜의 강물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교회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섰다. 예상되는 앞길은 험하다. 그러나 하나님과 함께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새 역사 창조는 가능하다. 복음과 임재, 연합과 부흥, 회개를 위한 목회자들의 영적 파이팅이 절실한 때다.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